구름빵은 2004년 백희나 작가가 집필한 동화책으로 지금까지 50만 부 이상이 팔렸고, 8개 국어로 번역됐으며,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각종 캐릭터 상품 등으로도 제작됐다.
출판사인 한솔교육은 책 판매로만 4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관련 상품 매출은 총 95억을 기록했다. 책 나온지 10년 가까이 지나 창조경제 모범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서 구름빵의 부가가치가 4400억 원이라고 하는데 아무 근거 없는 소리다. 이건 김연아가 창출한 경제적 가치가 85조원이란 소리와 똑같다.(...)
출판사는 총 135억의 매출을 올렸는데 저자인 백희나는 얼마나 벌었을까?
1850만 원 되겠다. 창조경제의 위엄
왜냐고? 구름빵의 저작권이 저자인 백희나가 아니라 출판사인 한솔교육에게 있기 때문이다. 2004년 무명 작가였던 백희나는 한솔교육과 매절계약을 했는데, 매절계약이란 저자가 거금의 인세를 미리 받는 대신 저작권을 출판사에 양도하는 것을 말한다.
매절계약은 쉽게 말해 밭떼기같은 거다. 책이 한 권이 팔리든 백만 권이 팔리든 저자는 고정액을 받으므로 책이 적게 팔리면 저자가 이익이고, 대박이 나면 출판사가 이익이다. 따라서 매절계약이 노예계약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무명작가와는 매절계약을 하는 게 전가의 보도 업계 관행인데, 문제는 출판사들이 대부분 매절 계약에 대해 작가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 주지 않고 작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불공정계약이라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구름빵 저작권 사건이 되겠다.
이 사건은 2013년 10월 좌파신문 동아일보에 최초 보도된 이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출판업계의 갑질, 불공정거래의 대표적 사례로 떠올랐다. 한솔교육은 당연히 인터넷에서 가루가 됐고, 더 큰 문제는 정부에서 신나게 창조경제 모범 사례라고 언플을 했는데 정작 작가는 돈을 못 벌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잘못된 관행을 지적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랴부랴 상위 20개 출판사를 상대로 시정 조치를 내렸고, 표준계약서를 도입, 관행처럼 여겨진 불공정한 조항들을 대폭 시정한다. 창조경제의 순기능
여론을 등에 업은 백희나는 한솔교육으로부터 저작권 되찾기에 나섰고 최고 존엄의 심기를 건드린 한솔교육 역시 적극 협조하기로 한다. 한솔교육은 표준계약서에 맞춰 백희나와 맺은 계약서를 수정했고 저작권, 출판권, 2차 저작권에 대한 포기 의사를 밝혔다.
구름빵 저작권 사건은 갑의 횡포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되찾은 작가의 이야기로 훈훈하게 마무리될 것 같으나 여기서 대반전이 일어난다.
사실 구름빵의 저자는 한 명 더 있었다. 구름빵에 수록된 사진들을 찍은 사진작가 김향수로, 백희나와 더불어 구름빵의 공저자다. 단순히 숟가락 얹은 것이 아니라 구름빵의 성공에 그의 사진도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김향수 또한 구름빵에 대한 저작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백희나 측은 한솔교육에게 김향수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한다. 구름빵 제작 당시 김향수가 한솔교육 직원이었기 때문이다.
한솔교육은 김향수가 더 이상 직원이 아니기에 손을 뗐고 그러자 백희나는 법무법인을 통해 '원작도서 외에도 번역서, 2차 도서와 애니북 등의 저자 표기를 백씨 단독 명의로 바꾸려고 하니 동의 취지 회신을 보내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낸다.(...)
우리 백희나 작가가 구름빵을 다 먹고 싶나 보다. 아니, 자기가 쓴 책의 저작권을 출판사가 가져 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던 백희나 열사가 사진작가의 저작권은 쿨하게 가져 가시겠다?
법적으로 김향수가 출판사 직원이었으니 사진에 대한 저작권은 출판사에게 있었고, 출판사가 저작권을 포기했으니까 김향수는 저작권이 없는 것 아니냐고? 그럼 백희나는 매절계약을 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저작권 이 없는데 왜 돌려 달라고 울며 불며 난리친 건가. 자신은 도의적인 이유로 저작권을 돌려 받았으면서 김향수에게는 법대로 하자니 위선적이지 않나.
백희나의 역습이 언론에 보도되고 슬슬 까이기 시작하자 백희나는 트위터에 중학교 2학년 소녀 마냥 아래의 글을 남긴다.
캬 멘탈보소. 남의 저작권을 낼름 먹을려 추악한 싸움을 시작했으니 아이들이 구름빵을 보며 이 점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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