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당대표 경선 홍준표 측에 1억 전달

원정 골프 접대 의혹으로 실검에 올랐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한 달도 되지 않아 故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받았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나와 또 다시 실검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홍준표 지사가 성완종 회장에게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은 그의 이름이 성완종 리스트에 1억이라는 액수와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홍준표 지사는 잽싸게 TV조선과 인터뷰를 갖고 성완종 회장을 개인적으로 만난 일이 없고 안부 전화나 한두 번 받은 적이 있을 뿐이라는 교과서적인 대답을 했다.

문제는 그 다음 대목이다. 홍준표 지사는 정치판에서 관계를 맺기 위해 주변 사람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사례는 많은데 자신에게 금품을 줄 만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집권당 대표는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되고, 대표에 당선되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력한 후보였던 홍준표에게 금품을 줄 만한 이유가 있었다. 양심선언이었을 수도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홍준표(출처: 오마이뉴스)

홍준표 지사는 또, '대표를 빙자하는 사람들에게 로비를 했을 수도 있고, 측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돈을 전달했을 수도 있는데 그 사람이 사기꾼일 수 있다.'고 말해 성완종 회장이 누군가에게 금품을 전달한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이후 있었던 경남도청 기자간담회에서는 홍준표 지사의 해명이 더욱 괴랄해졌다. 그는 (성완종 회장이) 돌아가시는 마당에 허위로 메모를 썼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것을 바로 사실이라고 연결하기에는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메모는 허위가 아니지만 사실도 아니다(...). 성완종 회장의 오해다

홍준표는 이렇게 얼렁뚱땅 빠져나가려 했으나 이번에는 한겨레가 발목을 잡았다. 한겨레는 성완종 회장이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온 홍준표에게 1억 원을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고 자살 직전 측근들에게 털어놓은 사실을 단독보도했다.

성완종 회장 기자회견(출처: 이투데이)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성완종 회장은 2011년 6월 경, 당 대표 경선용 선거자금이라며 경남기업 고문으로 있던 A 씨에게 현금 1억원을 건네고 홍준표 당시 국회의원 사무실에 직접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A씨는 사실 확인을 묻는 한겨레의 요청에 검찰에서 사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검찰도 경남기업 관계자로부터 성완종 회장이 현금 1억 원을 마련에 A씨에게 전달하라고 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한다. 검찰은 1억 원의 행방을 쫓기 위해 성완종 회장과 한 모 부사장은 소환해 조사했으나 양쪽 모두 홍준표 지사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이 성완종 회장에게 사전구속영장이 청구하자,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홍준표 지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사실을 측근들에게 밝혔다고 한다.

성완종 회장은 경향신문과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문제의 1억 원을 2011년 당 대표 경선 당시 홍준표 캠프에서 일했던 유력 인사 B씨가 받았다고 주장했는데 B씨는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돈을 받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간담회에서 홍준표 지사(출처: 연합뉴스)

한 정치권 인사는 한겨레에 홍준표가 먼저 성완종 회장한테 1억 원을 요구했다고 들었다고 확인사살까지 해 현재 홍준표 지사는 똥줄이 타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가 나간 후, 측근들도 홍준표 지사와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홍준표 지사는 멘붕이 왔는지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을 폭파시키고 삭튀했다. 증거인멸

의혹이 사실이라면 홍준표 지사에게 뇌물죄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죄가 적용될 수 있는데 뒷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김기춘, 허태열 전 비서실장과 달리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있는데다가 홍준표는 자원외교 비리 수사의 대상인 친이계다.

성완종 리스트가 나온 이상 보여주기식 수사 정도는 해야 할 텐데, 홍준표에 대한 사법처리는 현 정권이 바라던 바이고 후임 경남지사에 친박계를 앉힐 수 있으니 일타쌍피가 된다.

홍준표 지사가 교도소로 가게 되면 가난증명서를 제출하지 않는 이상 유상급식을 해야 한다. 교도소는 벌 받으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