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왕 박근혜, 박원순 브리핑 전날 병원 공개 지시

최경환 부총리(출처: 연합뉴스)

정부가 7일에 있었던 메르스 병원 명단 발표가 4일 전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 주장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무총리 직무대행 중인 최경환 부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6월 3일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에서 해당 의료기관을 투명하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토를 달았다.

북한에서도 일이 잘 되면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 동지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며 똥꼬를 핥던데, 역시 한민족이다.

최경환 부총리의 주장대로 6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이 병원 명단을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면 국민들 초미의 관심사이자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왜 언론에 알리지 않았나? 하지만 6월 3일 이후에도 정부가 비공개 원칙을 고수한 걸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그같은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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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회의 때 이랬을 수는 있다. '그... 메르스가 이렇게 발생해 가지고, 저... 국민들이, 에? 병원 이름 밝히라, 막 그러던데 그냥 공개해도 괜찮지 싶은데?' 박근혜 말투는 따라하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참모들의 반대로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다면 지시를 내린 것이 아니다.

주목할 점은 박근혜 대통령이 병원명 공개를 지시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지시한 날까지 밝혔다는 것이다.

다음 날인 6월 4일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긴급브리핑을 가진 날이다. 박원순 시장은 보건복지부의 메르스 대응을 비판하면서 서울삼성병원 의사인 35번 환자가 불특정 다수와 접촉한 사실을 알렸고 시민들과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유할 것을 약속했다. 11일로 예정된 유럽순방 일정도 메르스 발병 이후 바로 취소했다.

메르스왕(사진 출처: YTN)

첫 메르스 사망자가 나왔는데 국회법 타령이나 하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창조경제(...) 행사에 가서 낄낄대고, 기를 쓰고 미국 여행 가겠다는 박근혜 대통령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서울시장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박근혜가 아니라 박원순이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물론 애국보수 열사들은 박원순의 정치쇼라며 부들부들거렸지만 말이다(...).

박원순 시장은 또, 삼성서울병원에게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후 감염자들이 속출하자 '왜 박원순처럼 하지 않느냐'며 병원 정보를 공개하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빗발쳤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34%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4일 후 정부가 메르스 병원 이름을 공개하고,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한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바인데 그렇다면 정부가 틀렸고 박원순이 옳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 된다. 게다가 메르스사태 내내 아몰랑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더 더욱 비교된다.

따라서 우리 박근혜 대통령이 박원순 시장의 브리핑 하루 전날 병원명 공개를 지시한 것으로 하면 박근혜는 박원순보다 한 발 앞선 것이고, 정부는 박원순이 아닌 박근혜의 지시를 따른 것이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 모두 가오가 살게 된다.

백 번 양보에 박근혜 대통령이 3일에 병원 명단 공개를 지시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실제 명단을 발표한 것은 4일 후였고 그마저 오류 투성이였다. 한시가 바쁜 상황에서 병원 명단 작성같은 간단한 일을 하는데 4일이나 걸렸고, 제대로도 못 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병신이란 뜻이며,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의 최고 수장인 박근혜 대통령에 있다.

어느 쪽이건 메르스 대통령은 개막장이다. 메르스 대통령에 실망을 느낀 애국보수들은 다음 대선에서 김무성 대표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