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살려야한다' 기사, 청와대 보복 의혹

청와대가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해당 언론사에 광고를 주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6월 17일, 국민일보는 '살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뒷편에 A4용지!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연출이 의심되는 사진들을 비판하는 여론을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5일 국립의료원을 방문했을 때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와 얘기를 나눴고 이 장면을 애국보수 언론에서 일제히 보도했는데, 국민일보 기사는 '기계실에 방호복을 입은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없다'는 네티즌의 말을 전했다.

또한 14일 서울대병원 방문 당시 살려야한다는 글귀가 적힌 종이가 곳곳에 붙어 있던 것을 지적하며, '이렇게 티 나는 설정은 북쪽에서나 하는 줄 알았다', '살려야 한다는 문구 말고 진짜 살려라'는 네티즌의 반응을 소개했다.

하지만 '뭐든 대통령 탓하는 사람들이 더 문제!'라는 애국보수 열사의 의견도 같이 실어 나름 발란스를 맞췄다. 또한 살려야한다는 문구는 의료진이 자발적으로 붙였다는 서울대병원 측의 반론도 소개하는 등 중립을 지키려 애썼다.

그러나 이 기사를 보고 피꺼솟한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국민일보 정치부장과 편집국장에 직접 전화해 이게 기사가 되느냐며 항의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국민일보 편집국장이 '기사화 여부는 신문사가 판단할 문제'라고 대답하자 김성우 수석은 '그렇게 생각하느냐? 알겠다'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살려야한다(출처: 연합뉴스)

마침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19일 모든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1면에 메르스 관련 공익 광고를 게제할 예정이었다. 광고 단가 3700만 원 짜리로 신문업계가 불황이다보니 요즘은 이런 광고 유치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바로 하루 전날 문체부가 국민일보와 한국일보는 정부광고에서 제외할 것을 지시한다. 국민일보 나쁜 신문이라더라

국민일보는 순복음교회 소유라 전통적인 애국보수 신문이고 한국일보는 모두까기였으나 동화그룹으로 매각된 이후 애국보수 성향이 강해졌다. 한겨레, 경향신문같은 좌파 신문에도 나가는 광고를 애국보수 신문인 국민일보, 한국일보에는 빼라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일보, 한국일보 모두 불과 일 주일 전에 비슷한 정부광고를 게제했기 때문에 이같은 조치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국민일보만 쏙 빠진 정부 메르스 광고(출처: 미디어오늘)

국민일보는 복지부, 문체부 간부들을 연락해 진상 조사에 나섰지만 '미안하다, 어쩔 수 없다'란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가 청와대와 불편한 일이 있었느냐고 되묻기까지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19일,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일보는 정상적으로 메르스 정부 광고가 나가 국민일보만 왕따가 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예산 부족 때문인 것 같다고 해명했으나 왜 하필 국민일보인지에 대해서는 어버버버 했다.

한국일보는 비판적인 기사만 실었지만 국민일보는 17일에도 살려야한다 패러디 시리즈를 대방출(...)시켰는데 이게 결정타였던 것 같다. 기사를 쓴 기자가 오늘만 사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있었을 정도다.

혼자만 3700만 원을 날린 국민일보는 다음 날 청와대 홍보수석님, '살려야 한다'는 기사가 됩니다(...)라는 제목의 후속기사를 내보낸다.

상남자 김성우 홍보수석(출처: 뉴시스)

이 기사는 김성우 수석이 문제 삼았던 기사를 다시 한 번 정리해 사실상 재보도했고(...) 김성우 수석이 기사를 보고 전화로 항의한 사실도 알렸다(...).

또한 김성우 수석이 30년 경력의 언론인 출신이지만 온라인 생태계에 익숙치 않아 '이게 기사가 되느냐'고 물은 것 같다는 짐작도 덧붙여 김성우를 두 번 죽였다. 참고로 김성우 수석은 애국보수 방송사인 SBS 기획본부장 출신이다.

데스크(편집부) 허락 없이 정부 고위 관계자를 저격하는 기사는 게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 후속기사는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일보의 입장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언론사들의 주수입원은 광고이고 주 광고주는 대기업과 정부다. 대기업, 정부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쓰는 매체에 광고를 주지 않는 식으로 언론을 길들이는데, 이번 국민일보의 광고 제외가 이같은 경우라는 분석이다.

김성우 수석은 한겨레에 해당 기사를 항의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자신의 업무일 뿐, 광고 집행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즉, 기사 항의 후 광고를 중단됐으나, 보복은 아니다.

보통 정부가 언론사와 싸우면, 특히 애국보수 매체와 싸우면 팀킬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고 나면 서로 조심하게 된다. 언론은 비판 수위를 낮추고, 정부는 언론사 편의를 봐 주는 식으로 말이다. 따라서 국민일보가 빡이 제대로 돌아 칼춤을 출 가능성은 낮고, 오히려 많이 부드러워 질 것이라는데 신라면 한 개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