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고소 의료혁신투쟁위원회 최대집 정체

검찰이 박원순 서울시장 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고발인인 의료혁신투쟁위원회의 최대집 대표가 누구인지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6월 4일 밤, 긴급브리핑을 열어 35번 환자, 일명 메르스 의사가 메르스 증상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행사에 참석헀다는 사실을 보건복지부로부터 전달받아 공개했고, 앞으로 시 차원에서 메르스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바로 다음 날 의료혁신투쟁위원회라는 듣도 보도 못한 단체가 갑툭튀해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그를 검찰에 고발한다. 열흘 후 서울중앙지검은 이때다하고 수사에 착수해 지지율 폭락으로 기분이 다운됐던 박근혜 여사님을 감동시켰다. 우리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는 못 잡아도 박원순은 잡을 줄 안다.

의료혁신투쟁위원회의 최대집 대표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메르스 의사의 주장이 시간상의 오류는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고, 박원순 시장은 거짓말을 했다고 일침했다. 즉, 메르스 의사의 주장에 오류가 있고, 박원순 시장은 보건복지부의 자료를 그대로 전달했지만 거짓말을 한 건 박원순이다.

최대집 대표는 또, 긴급브리핑은 대권을 노리는 박원순 시장의 정치쇼이며 허위 사실을 유포해 의료진의 명예를 짓밟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메르스 의사도 종편에 나와 똑같은 소리하던데 둘이 친구냐?

최대집 의료혁신투쟁위원회 대표(출처: 리얼팩트 TV)

일단 의료혁신투쟁위원회가 뭐 하는 단체인지 알아보자. 의료혁신투쟁위원회는 6월 13일 홈페이지를 열었고, 14일에 발족식을 가진 신생단체다. 다시 말해, 발족식을 가지기도 전에 박원순 시장을 고소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원순 고소하려고 급조한 단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의료혁신투쟁위원회는 설립 취지가 '자유민주주의의 원칙과 의료인으로서 권위와 지위 확보'인 정치성이 강한 단체다. 설립 취지에 의료 자본과 기업들에 대한 투쟁도 포함됐는데 그럼 박원순 시장이 아니라 삼성서울병원을 고소해야 하지 않나(...).

투쟁 강령 중에는 의료와 건강의 공적에 대한 단호한 응징도 있는데, 일타로 고소한 사람이 박원순 시장인 걸 보면 박원순이 의료와 건강의 공적인 것 같다. 박원순 때문에 대형병원들이 개망신을 당하고 매출이 줄었으니 의료의 적이고,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폭락해 애국보수들이 홧병이 났으니 건강의 적 맞다.

의료혁신투쟁위원회는 앞서 언급한 최대집과 정성균이 공동대표로 있는데 정성균은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최대집은 자유애국진영에서 나름 네임드다.

2006년 풋풋했던 최대집 자유개척청년단 대표(출처: 코나스넷)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최대집 대표는 올해 나이 43세에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소아과 의사로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신한국의원의 원장이다. 애국보수 환자들은 이 병원을 이용하자.

최대집 대표는 전남 목포가 고향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오랜 지지자였으나 김대중 정부의 6.15 정상회담과 의약분업에 큰 배신감을 느껴 애국보수의 길을 걷게 된다.

그는 33세였던 2005년 자유개척청년단이라는 애국보수단체를 설립해 오프 회원 10명, 인터넷 회원 90명인 초대형 단체로 성장시켰다. 당시 목표는 우파 재집권이었는데 3년 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원대로 됐다. 이때부터 베충이들이 창궐해 인터넷 전역에서 전라도 비하가 시작됐으니 전라도 출신인 최대집 대표는 뿌듯하지 않을까.

2005년, 인천 자유공원에서 좌익단체들이 집회를 열자 자유개척청년단원들이 이에 격분, 군복을 차려입고(...) 출동해 격렬히 항의하다 경찰과 충돌했고, 최대집 열사는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병원에 호송되는 아픔을 겪었다. 근데 경찰과 충돌하면 좌익단체 아닌가(...).

최대집 국민건강 국민연합 대표(출처: 의협신문)

그는 2013년 국민건강 국민연합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상임대표직을 맡고 있는데, 이 단체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좋아요를 4개나 받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국민건강 국민연합은 2015년 2월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가졌고, 4월부터는 금요일마다 야간집회를 열고 있다.

3월에는 한 달여 간 강남 일대 아파트내에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뿐입니다. 한의사는 의사가 아닙니다.라는 광고를 냈다. 최대집 대표는 한의사협회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고(...), 그도 한의협회장을 무고죄로 고소하며 맞대응했다.

그리고 두 달 후에 만든 것이 바로 의료혁신투쟁위원회다. 활발히 활동해온 국민건강 국민연합을 놔 두고 성격이 비슷한 단체를 급조해 박원순 시장을 고발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최대집 대표가 애국보수 진영에서 오랫동안 활동했고 검찰이 기다렸다는 듯이 수사에 착수한 것을 보면 의료혁신투쟁위원회에서 애국보수단체의 짙은 향기가 느껴진다.

널린 게 보수단체인데 왜 의료인 단체를 급조해 고발했냐고? 어버이연합이 고발하면 국민들은 또 시작이다라는 반응이지만 업계 전문가인 현직 의사가 고발하면 박원순 시장이 진짜로 잘못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애국보수 언론도 검찰 수사 착수 보도는 대문짝하게 내지만 무혐의 처리는 구석탱이에 보도하므로 국민들의 기억에 남는 것은 '박원순 시장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

정리하면, 직업이 의사인 애국보수 중년이 박원순 시장을 고발한 것으로, 늘상 있는 일이다. 용돈 받고 야권 인사들 고소, 고발하는 애국보수단체들이 한둘인가. 검찰 역시 박원순 시장의 처벌 가능성을 낮게 봤으니 걱정할 것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