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무한도전 무도가요제 쓰레기, 인분 사건

8월 13일 열린 2015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이하 무도가요제)가 무도빠들의 무단투기로 쓰레기 축제가 됐다.

무도가요제는 무한도전이 매년 개최하는 콘서트로 올해에는 강원도 평창군의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경기장, 일명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점프대에서 열렸다. 공연 전날부터 팬들이 노숙까지 하며 줄을 섰고 최대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에 4만 명이 운집하는 등 무도가요제는 성황리에 끝났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자 알펜시아리조트 뿐만 아니라 진입로, 외곽도로까지 일대가 쓰레기장이 됐다. 현장 사진을 보면 대부분의 관객들이 쓰레기를 버렸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엄청난 양이다.

인근 공사 현장에서는 쓰레기 뿐만 아니라 똥까지 발견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자신을 시공 회사의 며느리라고 소개한 네티즌에 따르면 무도가요제를 위해 공사장이 하루 쉬고 주차장으로 사용됐는데 다음날 곳곳에서 인분이 발견됐다고 한다.

4만여 명의 견본은 결코 일부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크기이기 때문에 일대를 쓰레기장으로 만든 무도빠들이 무도팬 전체의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논란이 커지자 무한도전의 김태호PD는 14일 사과의 뜻을 전하며 알펜시아리조트 일대를 청소 중이라 밝혔다. 현장에는 무한도전 제작진 뿐 아니라 MBC에서 고용한 청소 용역업체와 평창군청 공무원들까지 투입돼 쓰레기를 치웠다.

도로에 버려진 쓰레기(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뒷길의 쓰레기들은 그대로 방치돼 인근 농가 주민들이 직접 청소해야 했다. 근방에서 농사를 짓는 한 80세 노인은 공연 다음날 아침부터 홀로 뒷길을 청소했다고 한다.

알펜시아리조트 일대가 아직 개발 중이라 쓰레기통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 쓰레기를 비닐에 담아 가져가던가 수거가 쉽도록 한 곳에 모아 버려야 한다. 게다가 쓰레기 봉투를 배포한 콘서트장 안에도 쓰레기가 난무한 걸 보면 그냥 미개한 거다.

쓰레기를 치우는 할아버지(출처: 딴지자게)

현장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쓰레기 무단 투기 시 수백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어도 이랬을까? 지네 집 아니니까, 버려도 뭐라 할 사람 없으니까 마음 놓고 버린 것이다. 누군가 지네집 앞마당에 쓰레기 버렸다면 게거품 물고 페북에 올렸겠지?

쓰레기는 인파에 비례하지만 쓰레기를 가장 많이 버린 건 다름 아닌 노점상들이었다. 세금 한 푼 안 내고 장사하며 무임승차하는 주제에 쓰레기까지 버렸으니 가히 사회의 기생충이라 하겠다.

2014년 광화문 시복미사에서 100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모였지만 쓰레기가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길거리 응원 모범 사례로 꼽히는 2002년 월드컵 때에는 배출된 쓰레기의 양도 많지 않았고 붉은악마의 주도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쓰레기를 치워 거리가 깨끗했다. 반면 무도가요제가 끝난 뒤에는 밤새 제작진과 100명도 안 되는 관객들이 쓰레기를 치웠다고 한다.

공연장 안 쓰레기(출처: 연합뉴스)

사실 위 사례는 예외적인 경우고 전반적으로 시민의식이 매우 낮다. 붉은악마 해체 이후로는 월드컵 길거리 응원 현장도 쓰레기들로 넘쳐나고 광화문 시복 미사는 노는 자리가 아니어서 음식을 가져간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야외 콘서트, 문화 행사가 끝난 자리는 쓰레기장이 되고 산천계곡에는 개새끼들처럼 아무데나 똥, 오줌 싸는 행락객들로 바글거린다. 지자체들이 괜히 가요제 개최를 기피하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무도빠들이 욕 먹는 것은 그깟 예능에 부심부리면서 출연자들에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쓰레기 투기범들이 도덕성 운운하는 것이 유우머. 무신론자에게 교리를 들이대며 일요일마다 교회 앞 도로에 불법 주차하는 그 분들이 생각난다.

일부 무도빠들은 무도가요제로 인해 인근 펜션, 민박 매출이 증가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됐다고 물타기를 하던데 숙박료에 쓰레기 버리는 값이 포함 된 게 아니다. 게다가 아침부터 쓰레기 줍던 할아버지는 무도가요제로 어떤 이득을 보았나.

MBC와 강원도청, 알펜시아리조트 등 주최측의 책임도 매우 크다. 첫째, 알펜시아리조트 일대가 인프라가 열악해 화장실이고 쓰레기통이고 아무 것도 없어 야외 콘서트 개최에 부적합하다. 평창올림픽 홍보 목적이라지만 3년이나 남은 걸 왜 벌써 하나. 선행학습일 수도

둘째, 평창군청에서 노점상들을 단속하지 않아 쓰레기 배출량이 몇 배 늘었다. 설령 단속을 했다 하더라도 노점충들이 배째라 했겠지만 말이다(...).

노점상이 버린 쓰레기(출처: 딴지자게)

셋째가 가장 심각한데 인프라가 열악한 곳에서 관객들을 선착순 무료 입장시켰다는 것이다.

선착순이었기 때문에 무도팬들은 아침 일찍, 심지어 전날부터 진을 쳤다. 오래 기다려야 하니 음식을 가져 왔고 음식을 먹으면 쓰레기가 나오는데 주위에 쓰레기통이 있을 리가 없다. 쓰레기통이 없으면 상식적으로 봉지에 담아 보관해야 하지만 미개하기 때문에 길바닥에 버린다. 너무나 친숙한 풍경인데 주최측이 이걸 예상 못 했다면 옷 벗어야 한다.

노상방뇨는 전적으로 주최측 책임이다. 배고픈 거야 참을 수 있고, 쓰레기는 가져갈 수 있다지만 오줌, 특히 똥을 무슨 수로 참나. 공연 당일 비까지 내렸는데 비오는 날 길에서 궁댕이 까고 똥싸고 싶은 사람은 없다(...).

선착순에 무료이니 수용 가능 인원보다 만 명이나 더 왔고 안 그래도 부족한 화장실, 쓰레기통이 앵꼬가 난 것이다.

추첨을 통한 지정좌석제로 했다면 관객들이 진을 치는 일도, 행사장 밖까지 쓰레기장이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며 관객 수도 통제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노숙 행렬, 수백 미터의 줄, 예상치 못한 인파 등 방송 홍보를 위한 화젯거리가 없어지니 흥행을 위해 선착순으로 한 것 같다.

주최 측의 잔머리와 낮은 시민의식의 콜라보가 이룬 병크로 앞으로 무도가요제는 실내에서만 하는 게 좋겠다. 정 야외에서 하고 싶다면 김포 쓰레기매립지에서 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