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별명과 비슷해서? 유해사이트 지정 논란 정리

마우스박스(Mouse Box)는 마우스안에 컴퓨터를 내장한 초소형 휴대용 컴퓨터로 폴란드의 한 벤처회사가 개발했다.

마우스의 기능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외관은 마우스와 같고 다른 컴퓨터에 연결하여 일반 마우스로도 쓸 수 있다.

마우스박스(출처: Mouse Box)

모니터, 프로젝터, TV에 연결해 바로 쓸 수 있고 128 기가의 플래시 드라이브를 내장했다. 현재 시제품만 나온 단계로 투자자를 모집 중이다.

누가 보면 블로거지가 돈 받고 올린 홍보 글 같은데(...) 글의 요지는 이 회사의 사이트(www.mouse-box.com)를 접속하려고 하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뜬다는 것이다.

그렇다. 유해사이트로 지정됐다.

유해사이트란 아래 목록 중 한 개 이상 해당하는 사이트로, 국내에서 접속하려 하면 위와 같은 화면이 뜨면서 차단된다.

  • 포르노 사이트
  • 폭력적, 혐오적 내용을 담은 사이트
  • 자살 방조, 교사 사이트
  • 친북, 친일파 사이트
  • 테러단체 사이트

포르노 사이트만 빼고 차단돼도 억울할 게 없는 사이트들이다.

하지만 마우스박스 회사의 사이트는 차단 사유에 해당하는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유해사이트로 지정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유해사이트 지정 임무를 맡는 곳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인데 유해사이트 지정 사유는 공개되지 않아 마우스박스가 왜 유해사이트로 분류됐는지 알 방법이 없다.

그런데 마우스박스라는 이름이 왠지 친근하다. mouse는 쥐니까 주소명을 번역하면 쥐박스가 되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별명 중 하나인 쥐박이와 라임이 비슷하다.

이 사이트의 주소(URL)는 제품명을 딴 www.mouse-box.com로, 주소만 보면 왠지 마우스박스 -> 쥐박스 -> 쥐박이로 언뜻 이명박 안티 사이트로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 때 방통위가 주소만 보고 도둑이 제 발 저려 멀쩡한 사이트를 차단했다가 몇 년이 지나 지금에서야 차단 사실이 알려졌다는 추측이 나왔으나...

허핑턴포스트 코리아가 방통위에 문의한 결과 www.mouse-box.com는 과거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여서 2012년 7월 유해사이트로 지정된 것이라고 한다. 문제의 사이트가 망하고 2014년 폴란드의 벤처 회사가 주소를 구입해 자사 사이트에 사용 중이었으나 아직 방통위가 이를 파악하지 못 한 것이다.

결국 오해가 빚은 해프닝이었으며, 방통위는 해당 주소를 조만간 유해사이트에서 해제할 계획이라고 한다. 방통위가 애초에 유해사이트 지정 사유를 공개했다면 이같은 해프닝을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이전 글에서 충분한 정보 없이 이 사건을 추론해 혼란을 빚은 점, 사과드린다. 이 떡밥을 너무 일찍 물어 체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