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액 맞은 의경 눈 씻어준 시민, 폴리스위키 조작 사건

<민중총궐기대회>가 있던 다음날, SNS에서는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시위 현장에서 한 의경이 캡사이신 최루액이 눈에 들어가 괴로워하자 노란 옷을 입은 여성이 생수를 부어 씻겨 주는 장면이다.

사진 속 여성은 성공회대에 재학 중인 박 모 양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기 위해 집회에 참가했다. 그녀는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집회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던 중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는 얘기를 듣고 청계광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청계광장에 도착했을 때 시위대는 차벽으로 설치된 경찰버스를 밧줄로 묶어 끌어내려 했고 경찰은 버스 안에서 창문을 통해 최루액을 뿌리고 있었다.

마침 옆을 지나던 의경이 운전석에서 발사된 최루액에 얼굴을 맞았고 쓰고 있던 안경도 벗겨졌다. 의경이 버스에 기대 고통스러워하자 박 양은 가방에 있던 생수를 꺼내 얼굴을 씻겨 줬는데 누군가 이 장면을 찍어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박 양은 진흙더미에 떨어진 안경도 찾아 줬고 의경은 다른 시민들에 의해 경찰에 인계됐다. 경찰도, 시위대도 다같은 시민임을 보여 준 장면으로 폭력 사태 속에 있었던 작은 미담이었다.

하지만 채널A가 애국보수단체 <전의경부모모임> 회원을 인터뷰하면서 해당 사진을 자료화면으로 사용하면서 개그가 시작됐다.

의경의 눈을 씻겨 주는 박 양(출처: 트위터)

한 애국보수 열사가 채널A 보도를 캡쳐해 '의경의 눈을 씻어준 사람은 <전의경부모모임> 회원'이라고 조작한 것이다. 북괴 빨갱이들이 자주 쓰는 선동 방법이다.

그러자 페이스북 커뮤니티인 폴리스위키의경의 눈을 씻어 주는 분은 전의경부모모임 회원이라며 '범법 행위를 옹호하기 위해 사실 확인도 안 하고 갖다 붙인 허위 선동(...)'이라고 사실 확인도 안 하고 허위 선동했다.

폴리스위키는 이름과 달리 위키가 아니고 경찰들 물고 빠는 팬카페로 의경 출신, 현직 경찰들이 주로 찾는다. 자체 조작 제작하는 자료도 상당해 애국보수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선동할 때 자주 인용한다.

폴리스위키는 그간 좌파들이 조작된 자료로 선동하는 것을 여러 차례 저격하면서 애국보수 진영에서 인지도를 쌓아 왔는데 알고 보니 지들도 선동충이었다(...).

졸지에 장성한 아들을 둔 엄마가 돼 버린 박 양은 피꺼솟해 폴리스위키에 '내가 사진 속 인물이다. 주작질 마라'는 댓글을 남겼다.

애국보수들이 유포한 채널A 보도 캡쳐(출처: 채널A)

그러자 폴리스위키 측은 문제의 게시물에 '아니랍니다'라고 쿨하게 덧붙인 후 아님 말구 박 양에게 '본인이 찍힌 사진이 집회가 평화적이었다는 선동의 재료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따졌다.

좌파들이 미담을 조작한 것처럼 폴리스위키가 선동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 또, 경찰이 동료에게 최루액을 쏘고 응급처치도 안 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

폴리스위키 측은 '박 양의 답변이 없으면 다음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다음 조치가 뭐냐는 질문에 '비밀'이라고 일갈했다. 이뭐병

박 양이 '애먼 사람 선동꾼으로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냐'고 묻자 폴리스위키 측은 '전의경부모모임의 회원이라고 잘못 지칭한 게 선동꾼인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폴리스위키는 '사실 확인도 안 하고 갖다 붙인 허위 선동'이라고 주장했었다. 애국보수 기억력 vs 붕어 기억력

가루가 되게 까이자 폴리스위키 측은 '성공회대 출신들 ㅋㅋㅋ'이라며 슬슬 맛이 갈 조짐을 보인다.

이어 '박 양의 용기는 가상하지만 집회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는데 자리를 뜨지 않은 것은 공동정범(공동으로 저지른 범죄)'이라며 꾸짖었다. 따라서 집회에서 불법 진압이 있었는데도 경찰 병력 전원이 철수하지 않은 것은 공동정범이므로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사퇴해야 한다.

폴리스위키 커버

폴리스위키 측은 박 양에게 사진 속의 여성이 본인이라는 증거를 요구했고 애국보수들도 가세했다. 즉, 나님의 주장은 증거가 없어도 되지만 니 주장은 증거가 필요하다.

결국 박 양이 당일 입었던 노란 옷과 가방을 인증하자 애국보수들은 급버로우하고 잽싸게 댓글들을 삭제했다. 하지만 '진작 인증했으면 끝났을 일'이라며 훈계하는 할배도 있었다.

폴리스위키 측은 그녀가 알바노조에 가입했던 사실을 알아내고 문제의 게시물을 의경의 눈을 씻어주는 분은 알바노조 출신이라고 합니다라고 수정했다. 캬~ 졸렬함 보소. 폴리스위키는 댓글알바 출신들이냐. 현직일 수도

사과 요구가 빗발치자 폴리스위키 측은 '전의경부모모임의 회원이라고 말했을 뿐인데 왜 사과를 해야 하나'라며 일침했다. 지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걸로 봐 애국보수 맞다.

또, 박 양에게는 '폭력 시위자들이 주장하는 평화 시위의 재료로 본인 사진이 사용되지 못 해 기분 나쁜 건가'라고 반문했다. 박 양이 기분 나쁜 건 미담이 조작된 것처럼 폴리스위키가 선동했기 때문인데 대가리가 나쁘면 성격이라도 좋아야지.

정리하면 채널A가 만든 재료를 애국보수가 조작해 폴리스위키가 선동한 것인데 손발이 착착 맞는다. 채널A가 문제의 기사를 삭제한 것으로 봐 우연이 아닐 지도 모르겠다.

만일 박 양이 SNS를 하지 않았다면 폴리스위키의 괴담은 사실이 됐을 것이다. 폴리스위키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