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사건 정리 1: 횡령·비리, 부인 구순열, 여비서

서울시가 운영하는 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은 1957년 설립 이후 반세기 넘게 존재감 없는 동네 음악단이었다.

하지만 2006년,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62)을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로 발탁해 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단원을 전원 해고한 뒤 오디션으로 재선발하면서 아시아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성장한다.

정명훈 감독은 이후 매년 단원의 5%를 해촉, 즉 퇴출시키는 방법으로 경쟁력을 유지했는데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규정이다. 그가 서울시향을 키우다시피했고 단원의 해촉 권한까지 있기 때문에 조직내 그의 입지는 절대적이었다.

서울시향 악단이 피터지는 경쟁을 통해 운영된 반면 행정을 담당하는 사무국은 당나라 군대였다. 마감기한이란 개념도 없고 6~7년차 직원이 엑셀 다룰 줄도 몰랐다.

수많은 공연을 하면서도 공연당 수입, 비용도 산출하지 않았으며 계약서는 자문 변호사의 확인 없이 작성했다. 사무국 직원의 실수로 단원 평가 결과가 뒤바뀌어 재계약할 단원이 해촉되고, 해촉될 단원이 재계약되기도 했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출처: 뉴시스)

서울시향은 매년 20회의 해외 정기 공연으로 항공료만 10억 원 넘게 지출하는데 사업계획을 미리 세우지 않아 항상 공연에 임박해 비싼 값에 구입했다.

그럼에도 직원들은 2014년 기준, 초임 3000만 원에 직책이 아닌 연차에 따라 연봉이 인상됐다. ^오^ 직원들 중에는 정명훈 감독 막내 아들의 피아노 선생(...)과 친형이 대표로 있는 회사 출신도 있었다.

정명훈 감독은 2009년 비영리 음악 단체인 <미라클오브뮤직(MOM)>을 설립하는데 출연료를 기부해 사업자 경비로 공제받는 수법으로 4년간 총 5억여 원을 절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단체가 주최한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에 3년간 서울시향 단원 66명이 참여하고 일부 단원은 출연료까지 기부한 것이다. 정명훈 감독에게 단원의 해촉 권한이 있어 갑질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정명훈 감독(출처: 한국일보)

정명훈 감독은 연봉이 20억 원이 넘지만 항공비와 숙박비를 부당 청구하며 알뜰한 생활을 했다. 그는 2007~8년, 숙박비 제공은 계약에 없음에도 호텔비 4000만 원을 청구했다가 감사에 적발돼 토해냈다(...).

또, 아들과 며느리의 항공료 1320만 원을 청구했고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항공권을 취소한 뒤 항공료 4100만 원을 지급받은 적도 있으며 파리-한국 왕복 항공료로 대한항공의 네 배가 넘는 4483만 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서울시향 역시 4800만 원 상당의 유럽 주재 보좌역의 연봉을 정명훈 감독의 개인 계좌로 입금했지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정명훈 감독은 서울시향에서 왕자님같은 존재였다. 모든 의사소통은 예술감독보좌역(수행비서)인 백수현(40) 과장을 통해서 이뤄졌고 이마저도 아내인 구순열(67)을 통해 전달할 때가 많았다. 서울시향 대표도 정명훈 감독은 커녕, 아내조차 직접 연락할 수 없었다.

방북 당시 백수현 과장과 부인 구순열 사진(출처: 연합뉴스)

정명훈 감독은 초등학생 때 미국으로 이민가 미국 국적을 취득했고 19세때 미국 시민권자인 5살 연상 구순열을 짝사랑하다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정명훈은 한국 국적을 회복했으나 정명훈 군대 가라 구씨는 미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어 아직도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다. 환갑 넘어 동거

정명훈 감독의 아내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라 구씨는 협찬사 선정, 단원 채용, 언론 대응 등 서울시향의 의사 결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구씨는 2011년, 서방 덕에 서울시향 유럽투어의 예술감독 직까지 맡았고 2012년 정명훈 감독이 북한 <은하수 교향악단>의 프랑스 파리 공연과 관련해 평양을 방북했을 때에도 쫓아갔다(...).

이 때문에 서울시향 내부에서 정명훈 감독은 '마에스트로', 구순열은 '사모님'으로 불렸다(...). 하지만 2013년, 박현정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정명훈 왕조에 암운이 드리운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