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클래시 일베 게임? 4.19 반란, 5.18 폭동

한 모바일 게임이 4.19 혁명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비하한 사실이 드러나 일베 논란에 휘말렸다.

<이터널 클래시>는 신생 게임 제작 업체인 <벌키트리>가 3년 간에 걸쳐 개발하고 퍼블리셔인 <4:33(네시삼십삼분)>이 서비스 중인 전략 게임으로 2016년 1월 1일 정식 출시됐다.

출시 직후 반응이 나쁘지 않았으나 1월 5일,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이터널 클래시>는 여러 개의 챕터(스테이지)로 구성돼 있는데 챕터 4-19의 부제가 반란 진압, 챕터 5-18의 부제가 폭동이었던 것이다.

애국보수들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지칭한다. 4.19 혁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데, 이승만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뉴라이트는 평가절하하는 반면 일베는 4.19를 혁명으로 인정하고(!) 4.19 반란이란 말도 쓰지 않는다.

챕터 4-19 '반란 진압'(출처: 벌키트리)
챕터 5-18 '폭동'(출처: 벌키트리)

챕터 5-23의 부제 산 자와 죽은 자 역시 미묘하다. 5월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일이고 인터넷 매체 <시사브리핑>은 '산 자와 죽은 자의 대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6.2 지방선거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대리전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출처: 시사브리핑

<이터널 클래시>가 업데이트될 때 표시되는 낡은 교과서를 교정하는 중이란 메시지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연상케 한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개발사인 <벌키트리>의 김세권 대표가 출시 전날 '게임에서 숨겨진 유머코드들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한 것이 찜찜하다.

해당 소식이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많은 게임 유저들은 <벌키트리>와 <4시33분>을 일베충으로 규정하고 불매를 선언했다. 반면, 베충이들은 '애국보수게임이다', '빼박이다', '해 봐야겠다'라며 환호했다.

업데이트 화면(출처: 벌키트리)

일베는 4.19 반란이란 말을 쓰지 않기 때문에 문구를 작성한 사람이 일베충이란 근거는 없지만 일베가 애국보수를 지칭하기도 하니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논란이 일자 <벌키트리>는 잽싸게 챕터 4-19의 부제를 '적이 된 아이스 골렘'으로, 챕터 5-18의 부제는 '데스웜의 복수'로 변경했다. 김세권 대표는 '수 많은 베충이 사람들이 다년간 검수했지만 전혀 의식하지 못 했다'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다.

하지만 <이터널 클래시>는 일베 논란 덕분에 인기앱 1위에 올랐고 <4시33분>은 축하 이벤트까지 열어 노이즈마케팅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비난이 쏟아지자 <4시33분>은 하루만에 축하 이벤트를 종료했다.

이 와중에 조선일보 매체인 <게임조선>은 '<4:33>의 위기 관리 능력 빛났다'라는 기사를 냈는데 <4:33> 홍보팀 팀장이 <게임조선> 모바일 게임팀 기자 출신이다.

1월 8일, <4:33> 측은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최종 검수 책임자를 징계했고 <이터널 클래시>의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의 집중 보도로 홍보가 됐기 때문에 광고를 중단에도 별 타격은 없을 것 같다. <4:33>의 위기 관리 능력 빛났다

벌키트리 김세권 대표(출처: 인벤)

다음날, <벌커트리> 김세권 대표는 '무릎 꿇고 사죄드립니다'란 제목의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문구를 작업한 기획자를 중징계했다'면서 '사안이 마무리되는 대로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게임기획자는 방송으로 치자면 PD와 작가에 해당하며 게임 속 문구를 단독으로 수정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개발자들과 테스터들이 게임을 직접 해 보기 때문에 아무도 이의 제기를 안 했다는 건 개발사 차원의 결정이었다는 말이 된다.

게다가 <4:33>이 예전부터 애국보수란 카더라가 있었고 <벌커트리> 역시 김세권 대표 소유라 사퇴해도 별 타격이 없다.

김세권 대표는 '1월에 발생한 수익금 전액을 환원할 것'이라 약속했지만 게임은 출시한 달의 매출이 가장 높고 모바일 게임은 생명이 짧기 때문에 언플일 가능성이 있다.

기왕 이렇게 된거 챕터 5-16의 부제는 '혁명'으로 챕터 8-15는 '건국'으로 지어서 애국보수 마케팅을 하는 것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