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이희호 녹취록 사건: 불법녹음, 월간중앙 공개, 사과

2016년 1월 4일, 안철수 의원은 새해 인사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의원들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자택을 방문했다.

안철수 의원은 골절상을 입은 이희호 여사의 쾌유를 빌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희호 여사도 '수고하시는 것 같다. 잘 하실 것'이라 격려했다.

임내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받들겠다'고 말했고 유성엽 의원도 '여사님이 이끌어주시면 제1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영업에 나섰다.

안철수 의원은 이희호 여사를 10분간 비공개로 독대한 후 '이희호 여사가 신당이 정권교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문병호 의원도 '문재인 대표가 이희호 여사와 8분 정도만 만났고 비공개 면담도 안 한 것과 비교된다'며 흥분했다. 하지만 이희호 여사가 94세의 노령이라 문재인 대표가 방문하기 5일 전 갈비뼈 4대와 손가락이 골절돼 면담을 길게 할 수 없었다.

그런데, 현장에 있었던 안철수 의원 측근이 비공개 면담 내용을 공개하면서 일이 커졌다.

세배하는 안철수 의원(출처: 뉴시스)

이희호 여사가 안철수 의원에게 '지난 대선 때 단일화 과정에서 응원했는데 후보를 사퇴해 안타까웠다'며 '조금 더 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강한 모습이 보여 희망을 느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신당이) 올해 총선에서 많은 의석을 가져가야 하는데'라면서 '꼭 주축이 돼 정권교체를 하시라. 꼭'이라고 말해 사실상 안철수 의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비공개 대화록 흘리는 기술은 김무성 대표에게 전수받았냐.

중앙일보가 해당 소식을 단독보도하자 이희호 여사의 막내 아들인 김홍걸 박사는 당일 더불어민주당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어머니가 안철수 의원에게 다른 말씀을 한 적이 없다'며 '뜻과 다르게 보도돼 어머니가 매우 유감스러워 했다'고 반박했다.

추미애 더민주 최고위원은 '이희호 여사가 당을 흔들고 파괴하려는 세력에게 힘을 실어줄 리 없다'고 발끈했다.

안철수 의원과 이희호 여사의 공개 면담(출처: 연합뉴스)

면담에 배석했던 이희호 여사 측 관계자도 이희호 여사가 특정인을 지지한다고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당 측 관계자는 '진실게임으로 흐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나무랐고 안철수 의원도 '이희호 여사에게 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왠지 이희호 여사가 말을 바꿨다는 뉘앙스다.

안철수 의원은 13일에도 이희호 여사가 '지난 대선 단일화 과정에서 안타까웠다. 이번에는 정권교체를 꼭 이뤄달라' 말했다고 전했다.

이희호 여사의 발언은 진실공방으로 번지는듯했으나 1월 17일, 월간중앙이 녹취록을 단독입수하면서 전말이 드러났다.

안철수 의원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꼭 정권교체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꼭 정권교체가 되도록 밀알이 되겠다는 마음입니다.이라고 말하자 이희호 여사가 꼭 그렇게 하세요.라고 답한 것이 전부였다.

'꼭 정권교체하겠다'길래 '꼭 그러셈'이라고 한 걸 지지 의사로 해석한 것이다(...). '총선에서 많은 의석을 가져가야 하는데'라고 말한 사실도 없었다.

안철수 의원(출처: 국민일보)

'단일화 과정에서 사퇴해 안타까웠다'는 발언 역시 이희호 여사의 비서관이 '앞으로는 좀 더 생각해서 결정을 한 다음 가장 마지막에 입장을 표명하라'고 말한 걸 초월번역한 것이다. 안구라

하지만 애국보수들은 '이희호가 말을 했으니 다른 말씀을 한 적이 없다는 김홍걸의 주장은 거짓이다', '더민주가 김홍걸을 이용했다'고 꾸짖었다. 국민의당 측도 녹취록을 작성한 바도 없고 보도 내용은 극히 일부만 소개한 것'이라 해명했다.

그러나 1월 27일, 안철수 의원실 실무자가 비공개 면담을 사전 협의 없이 녹음하고 중앙일보에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며 상황이 종료됐다.

안철수 의원은 낙상으로 입원한 이희호 여사를 녹음기 없이 문병한 뒤 기자들과 만나 '큰 결례를 했다.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자신이 전한 이희호 여사의 발언이 녹취록과 다른 것에 대해서는 '격려의 말씀에 힘을 얻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당 측은 해당 실무자가 '공개 면담을 녹음하다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무심코 종료하는 걸 잊었다(...)'면서 '책임을 물어 권고사직 처리했다'고 밝혔다 개인의 일탈. 녹취록도 무심코 유출하셨쎄요?

누리정치는 언제 보여 줄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