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누구? 더불어민주당 입당 이유, 식당 별주부짱 개업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더불어민주당에 전격 입당했다.

대구가 고향인 조응천은 1992년 검사에 임용돼 2년 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의 마약 수사를 맡았고 이를 계기로 박지만의 최측근이 된다(...).

이후 대구, 수원지검 공안부장을 거쳐 법무부장관 정책보좌관, 국정원장 특별보좌관을 역임했다. 2008년부터 로펌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1년 박근혜 후보 캠프에 합류했고 박근혜 정권 출범 후 첫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됐다.

공직기강비서실이란 고위 공직자에 대한 감찰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로 청와대의 감사실에 해당한다. 2014년 1월, 조응천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즈니스 파트너 정윤회에 대한 감찰 보고서, 일명 '정윤회 문건'을 작성한다.

문건에 따르면 청와대 십상시가 2013년 10월부터 정윤회와 국정 운영과 청와대 내부 상황을 논의했으며 특히 연말에는 정윤회가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퇴 분위기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2014년 4월, 조응천 비서관은 자잘한 청와대 문건이 세계일보에 유출된 것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는데 실제로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을 뒷조사한 것에 대한 보복이다 카더라.

그 해 11월,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을 폭로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 발생한다. 검찰은 신속히 문건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내고 유출자 색출에 나섰다.

검찰에 출석해 해맑게 웃는 조응천 전 비서관(출처: SBS)

조응천 전 비서관은 검찰 소환 조사를 받게 됐고 '증거 자료를 준비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춥다길래 목도리와 조끼, 커피믹스를 가지고 왔다'고 답했다. 득햏한듯

검찰은 조응천 전 비서관이 박지만에게 수시로 청와대 내부 문건을 전달했다며 공무상 비밀누설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지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조응천은 비서관직을 사임한 뒤 1년간 갓수로 지냈는데 2013년 재산 신고액이 30억 원이 넘었기 때문에 돈 걱정은 없었다.

그는 재판 중이라 변호사 활동은 무리라고 판단, '정직하게 몸으로 때우고 살겠다'며 2015년 3월, 건축사 출신인 아내와 함께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입구역 부근에 횟집 겸 해물탕집을 개업한다.

원래 식당 이름을 '정윤횟집(...)'으로 지으려 했으나 주위의 만류로 <별주부 짱>으로 지었다고 한다. 참고로 <별주부전>은 토끼가 거북이에게 납치돼 간을 털릴 뻔했으나 '간을 두고 왔다' 속이고 탈출한 내용을 담고 있다.

조응천은 서빙과 주차 안내를 직접 하며(...) 한가한 시간에는 손님들에게 5분 이내로 법률 조언도 했다. 음식점 운영은 처음이었지만 장사가 잘 돼 될놈돌 연예인들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손님 중에는 문재인 대표도 있었다. 그는 2015년 11월부터 <별주부 짱> 가게를 찾아 식샤를 했고 서빙을 하는 조응천과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뤄졌다. 사실은 문재인 대표가 조응천을 영입하기 위해 수작을 부린 것으로 조응천은 설득 끝에 더민주 입당을 결심한다.

2016년 2월 2일, 조응천이 더민주 입당을 공식 발표했다. 당일 있었던 국민의당 창당 소식이 묻힌 걸로 봐 노린듯.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표와 몇 번 만났냐'는 질문에 그는 '세브럴 타임즈(several times; 여러 번)'라고 답했다(...).

더민주의 조응천 영입 소식에 청와대 관계자는 '처음부터 불순한 의도로 문건 유출에 개입한 게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비난했고 다른 관계자도 '찌라시 수준의 문건 유출로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가 정치를 하겠다니 어이없고 황당하다'고 동조했다.

새누리당 역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최악의 인재영입 케이스'라며 '더민주의 초조함과 조급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별주부짱' 가게 앞에서 조응천 사장(출처: 충청일보)

원유철 원내대표도 '문재인 대표의 영입 시도 자체에 도의적 문제가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핵심 인사를 빼간 의도가 궁금하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인사를 짜른 의도가 궁금하다.

하태경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삼고초려로 찍은 드라마가 막장 패륜 드라마였나. 정치를 막장 패륜으로 몰고 간다'며 맹비난했다. 절친의 남편과 눈이 맞은 게 막장 패륜 드라마겠지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출처: 노컷뉴스)

이어 '대통령 임기 안에 입당한 것은 권력에 눈이 멀어 인간으로서 도의를 저버린 것'이라 꾸짖었다. 사랑에 눈이 멀어 동생을 버린 누나는?

새누리당이 조응천의 입당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뭘까. 공직기강비서관의 주업무가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감찰이기 때문에 그가 십상시의 약점을 쥐고 있을 공산이 크다.

조응천의 더민주 입당만으로도 박근혜 대통령의 브레인인 십상시를 압박할 뿐만 아니라 선거 기간 중 청와대 내부 비리를 폭로하면 박근혜 팔아 장사하는 새누리당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조응천은 박지만 라인이라 박지만의 물밑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박지만은 조응천의 입당에 대해 '오죽하면 그랬겠나. 인간적으로 이해한다'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국보수 조응천은 좌파 정당인 더민주와 이념적으로 맞지 않지만 조응천은 공천을 줄 정당이 필요했고 더민주 또한 정보통인 박지원 의원을 대체할 인물이 필요했기 때문에 조응천 영입은 필요에 의한 한시적 동거에 가깝다.

더민주는 조응천을 고향인 대구 또는 새누리당 안대희 최고위원의 대항마로 서울 마포갑에 전략공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정치 초년생이 지역구 출마는 무리고 비례대표가 적당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