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난' 박근혜, 생일 선물 거절 사건 정리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삼고초려 끝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생일 선물을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병신년(2016년) 2월 2일, 64번째 생일을 맞았다. 김종인 위원장은 비서실장인 박수현 의원의 제안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황금강이라는 난을 보내기로 한다. 정치인들은 생일이면 으례 축하난을 선물한다.

오전 9시, 더민주 측은 청와대에 연락해 '생일난을 직접 갖고 가겠다' 알리고 박수현 의원이 청와대로 출발했다.

하지만 오전 10시,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으로부터 '정중하게 사양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더민주 측이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더민주 문희상 비대위원장에게 생일 축하난을 보낸 적이 있어 우리도 보내는 것이다'고 해명했으나 재차 사양했다.

박수현 의원이 직접 연락해 '야당 대표가 보내는 난'이라 설명해도 소용이 없어 결국 되돌아왔다. 청와대가 국민의당 창당대회에 박근혜 대통령 이름으로 화환을 보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민의당은 우리 편

'김종인의 난' 황금강(출처: 연합뉴스)

공교롭게도 김종인 위원장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에 합류해 당선에 일조했지만 이내 버림받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해 왔으며 더민주에 입당하면서 새누리당과 원수지간이 됐다.

오전 11시 30분,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이 유감을 표하면서 '김종인의 난' 사건이 외부에 알려졌다. 박수현 의원은 '대통령의 뜻이겠나. 실무자들이 판단했을 것'이라 말해 박근혜 대통령을 두 번 죽였다

그러자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잽싸게 더민주 측에 전화해 '생일 축하난을 수령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청와대 대변인은 '합의된 법안(원샷법)도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 축하난을 주고 받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정무수석이 판단해 사양한 것'이라 해명했다.

생일난을 배달 중인 박수현 의원과 김성수 대변인(출처: 연합뉴스)

이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생일을 맞아 이병기 비서실장 등과 아침밥을 쿰척쿰척 먹고 있어 보고를 못 받았다'면서 '보고를 받고 현기환 수석을 크게 질책했으며 축하난 수령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권이 병크 터트릴 때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격노'한 것이 생각난다.

오후 4시 20분, 박수현 의원과 김성수 대변인이 청와대를 방문해 축하난을 이병기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 장장 7시간 만의 일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당일에도 7시간 동안 연락두절됐었다.

이병기 실장이 '계속된 회의로 제대로 챙기지 못해 이런 실수가 빚어졌다'며 사과하는 것으로 김종인의 난은 마무리됐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찌질하게 생일난 수령을 거부했다가 개망신을 당하자 졸렬하게 정무수석에게 뒤집어 씌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기환 정무수석(출처: 연합뉴스)

우리 박근혜 대통령이 뒤끝이 있는 양반이다. 유승민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한 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찍혀 원내대표직을 사퇴했고 부친상을 당했을 때에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조화를 받지 못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7월 광주유니버시아드 개막식이 끝나고 헤어질 때 김무성 대표, 정의화 국회의장, 문재인 대표와 악수를 하지 않았는데 정의화 국회의장은 친이계라 박근혜 대통령이 싫어하고 김무성 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했었다.

그 다음날에는 국회의장단 초청 청와대 오찬을 정의화 국회의장만 쏙 빼고 예방으로 변경했다.

만일 정무수석이 멋대로 선물 수령을 거절한 것이라면 명백한 월권 행위로 질책이 아니라 파면감이다. 대통령이 정무수석도 제어 못 할 만큼 청와대가 막장이란 말인데 십상시에 놀아난다는 방증 아닌가.

한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생일 선물로 난화분과 중국 명인이 만든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도자기KFC 버켓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