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컷오프: 공천 배제 이유, 이종걸·박영선 단수추천

더불어민주당이 2016년 3월 10일, 정청래 의원을 컷오프(공천배제)하고 박영선 비대위원과 이종걸 원내대표를 단수 추천하기로 발표했다.

2차 컷오프는 1차와 달리 시스템 공천이 아니고 공천관리위원회가 투표를 통해 선정한다. 컷오프 여부는 보통 투표까지 갈 것도 없이 토론에서 결정나지만 정청래 의원은 공관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려 투표를 통해 컷오프됐다.

비대위 회의에서 박영선 비대위원이 '지지자들을 고려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컷오프에 반대했지만 김종인 대표가 공관위 결정에 따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수 추천이란 경선을 거치지 않고 공천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김종인 대표가 박영선, 이종걸 의원에게 공천을 준 것이다. ^오^

컷오프 기준은 첫째가 경쟁력, 둘째는 도덕성이다. 경쟁력은 여론조사와 현장실사, 도덕성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나 당 윤리심판원에 제소 또는 징계 여부로 평가한다.

하지만 정청래 의원이 경쟁력 때문에 탈락한 것은 아니다.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도 여론조사 결과가 좋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 을에서 1992년부터 지금까지 야당이 딱 두 번 총선에서 승리했는데 모두 정청래 의원이었다.

정청래 의원 필리버스터(출처: 국회TV)

반면 이종걸 의원은 2월 말, 투표예상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에게 밀렸다.

정청래 의원이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에게 '공갈'이란 표현을 써 자격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기는 했지만 홍창선 위원장이 '정청래 의원의 막말은 귀여운 수준'이라고 한 걸 보면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다른 사람들도 심한 막말을 많이 한 걸 보고 정청래 의원에게만 들이대는 잣대가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종걸 의원은 2015년, 당시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유신을 떠오르게 한다'고 비난했고 2012년에는 '그들의 주인은 박근혜 의원인데 그년 서슬이 파래서 사과도 하지 않고 얼렁뚱땅'이란 트윗을 날렸다.

또,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제심리를 선거심리로 이용하며 선거의 여왕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런데 국민이 병신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종인 대표(출처: 노컷뉴스)

박영선 의원 또한 필리버스터 중단 소식을 언론에 흘린 것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국정원 댓글팀으로 매도했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과거 '경쟁력 있는 의원들은 다른 것에 하자가 없다면 걱정할 게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 의정활동이 저조했던 건 아니냐고? 정청래 의원은 19대 의정활동 종합평가에서 야당 의원들 137명 중 상위 9%에 해당하는 12위를 차지한 반면 박영선, 이종걸 의원은 순위권 밖이었다.

홍창선 위원장은 '정청래 의원이 과한 표현으로 부담이 되기도 한다'며 평소 그의 언행을 지적했다.

하지만 박영선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인 2014년, 세월호 특별법을 유족과 상의 없이 합의했고 퇴진 요구가 나오자 울면서(...) 탈당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정청래 의원이 11시간 39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하는 동안 그녀는 고작 1시간 남짓 ㄹ혜체로 질질 짜면서 표를 구걸했다. 2015년 말, 더민주 분당 사태로 당 지지율이 폭락했을 때에도 수습은커녕 탈당 소식을 언론에 흘리며 분탕질을 쳤다.

김종인 대표와 박영선 의원(출처: 연합뉴스)

2016년 2월에는 애국보수 개신교단체 <한기총>이 주최한 행사에 참여해 차별금지법, 동성애법, 인권 관련법 이거 저희 다 반대합니다. 누가 이거를 찬성하겠습니까라면서 '동성애법은 자연의 섭리와 하나님의 섭리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녀는 해당 발언에 대한 사과는 고사하고 '야당 흠집내기'라면서 보도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홍창선 위원장은 이종걸 원내대표의 단수 추천에 대해서는 당이 어려운 지난해부터 고생을 했다며 '다른 잣대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리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이 어려운 지난해부터 문재인 물러나라며 45일 동안 당무를 거부했다. ^오^

김종인 대표는 왜 정청래 의원을 숙청한 걸까. 정청래 의원이 컷오프되기 이틀 전, 김한길 대표는 친노패권주의 청산이 야권 통합의 선행조건이라 말했고 다음날 김종인 대표가 '김한길 대표가 복당한다면 받아야지 어떡하나'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탈당 후 김종인 대표와 국민의당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는 최재천 의원과 비대위에 포함된 박영선, 이종걸 의원 모두 김한길계다. 반면, 비대위에 친노는 한 명도 없으며 정청래 의원은 김한길계와 앙숙이다.

김한길 의원의 더민주 장악 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07년 열린우리당 분당사태처럼 조만간 더민주에 복당해 김종인 대표를 숙주로 당권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