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총선 불출마, 국민의당 탈당은 않기로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이 4·13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한길 의원은 3월 17일 '야권연대 성사 실패에 책임을 지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탈당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2016년 1월 '계파이익에 집착하는 패권정치의 틀 속에서 뻔한 패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양당중심 정치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허물어내야 한다'면서 새정연을 탈당했었다.

즉, 계파이익에 집착하는 패권정치 세력과 연대를 성사시켜 양당중심 정치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만들려 했다. 새정연 싫다고 나갔으면서 새정연과 연대를 성사시키지 못 한 책임을 지고 불출마하겠다는 것이다(...).

김한길 의원이 불출마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그는 새정연이 분당되기 전부터 지역구인 광진 갑에서 인기가 없었기 때문에 애초 당선이 어려웠다. 김한길은 계파 싸움할 때에는 메시인데 선거 때가 되면 박주영이 된다(...).

2012년 총선 때에도 전혜숙 전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하며 광진 갑 공천이 확정됐지만 금품 전달 의혹으로 공천이 취소되면서 김한길이 전략공천됐고 그나마 이명박 정권 심판론으로 겨우 당선된 것이다.

김한길 의원(출처: 조선미디어)

전혜숙은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 1~3심 재판부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박영선 의원이 광진 갑에 김한길을 공천해 달라며 한명숙 대표에게 난리를 쳤다 카더라.

김한길이 의원직을 유지하려면 야권 텃밭으로 지역구를 옮기는 방법 밖에 없는데 그럴려면 공천권을 쥐어야 한다. 2015년부터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발악을 한 이유가 설명된다.

게다가 그는 2013년 당 대표 경선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금은 의원 신분이라 검찰 소환도 쿨하게 씹을 수 있지만 총선에서 떨어지면 짤 없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

2015년 12월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고 신당 지지율이 높게 조사되자 김한길은 2016년 1월 측근들과 함께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한다.

김한길 의원과 안철수 의원(출처: 한국일보)

김한길은 웬만한 지역구에서 양자 대결로도 지는데 3자 대결이 되면 무조건 지는 거다. 따라서 김한길이 살 방법은 비례대표 안정권을 받던가 야당 성향 지역구로 옮긴 뒤 야권 연대를 통해 양자 대결을 만드는 것이다. 그가 국민의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비례대표를 노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안철수 공동대표가 야권 연대는 죽어도 안 한다고 해 김한길의 똥줄이 타들어갔다. 국민의당의 불분명한 정체성으로 수도권 지지율이 폭락하면서 수도권 전멸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던 중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야권 통합 떡밥을 던진다. 김한길은 '깊은 고민과 뜨거운 토론이 필요하다(...)'며 급방긋했으나 안철수가 '광야에서 죽겠다(...)'면서 통합은 물론 연대조차 반대해 무산됐다.

김종인은 김한길과 천정배 공동대표에게 복당을 권유하며 수도권 전략공천으로 살살 꼬셨지만 국민의당이 후보를 내면 3자 대결이 돼 떨어질 게 뻔하고 계파 의원들이 반대했기 때문에 돌아갈 수가 없었다.

김한길은 '수도권 야권 연대만이라도 해야 한다'고 안철수에게 호소했다. 나 검찰 조사받게 생겼다고 미친놈아. 안철수가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자 강철수, 김한길은 11일 선대위원장직에서 사퇴했고 천정배도 당무를 거부하며 압박했다.

김한길 의원(출처: 뉴시스)

그러나 15일, 천정배가 '수도권 야권 연대는 여의치 않다'며 당무에 복귀하면서 김한길은 혼자가 됐다(...). 김한길은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칩거에 들어갔고 이튿날 쓸쓸히 불출마를 선언한다.

김한길이 불출마를 선언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치의 실패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정계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우리당의 대선 참패 이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오만과 독선의 노무현 프레임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데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책임을 지겠다'는 불출마 사유까지 똑같다(...).

18대 총선은 한나라당 압승이 예상됐기 때문에 많은 좌파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김한길 의원의 지역구였던 구로 을은 박영선 비례대표가 출마해 당선됐다.

김한길 의원이 탈당은 하지 않았지만 이제 개털이기 때문에 더 이상 국민의당에서 분탕질은 못 할 것 같다. 아직 성완종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니 착실히 검찰 조사 받으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