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백의종군, 마포을 손혜원 전략공천, 김기식 탈락

더불어민주당이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 을에 손혜원 홍보위원장을 전략공천했다.

3월 5일, 더민주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현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와 윤리심사를 거쳐 투표로 공천배제 여부를 결정하는 2차 컷오프를 실시한다.

정청래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했고 과거 '공갈' 발언으로 징계를 받긴 했어도 그보다 훨씬 심각한 언행을 한 이종걸, 박영선 의원 등도 공천을 받았기 때문에 컷오프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8일, 홍창선 공관위장이 전화를 걸어 '컷오프가 될 수 있으니 반대할 명분을 달라'고 말했고 정청래 의원은 트위터에 '최전방 공격수를 하다 보니 때로는 불편하게 했던 분들께 죄송하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반성문을 올린다.

컷오프 투표 결과 4:4 동점이 나와 홍창선 공관위장은 9일 비대위에 투표 결과를 보고했다. 동점일 경우 공관위장이 반대하지 않는 이상 공천이 가결되지만 김종인 대표가 재투표를 지시해 재투표 끝에 컷오프가 확정됐다. ^오^

그동안 마포 을에는 김기식 의원이 전략공천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김기식 의원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출신으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의 보좌관을 지냈으며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정청래 의원(출처: 노컷뉴스)

20대 총선에서는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지만 최근 지인들에게 '동문들이 마포 을에 출마하라고 하는데 정청래 의원이 있어서 거절했다'고 여러 차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마포 을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나왔고 페이스북 프로필 학력란에는 최종학력인 서울대가 아닌 경성고로 표시돼 있다.

컷오프 발표가 있기 전부터 마포 을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김기식 의원의 지지를 묻는 여론조사가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의 총선 여론조사는 김헌태 정세분석본부장이 총괄한다. 공천을 심사하는 공천관리위원도 겸직하고 있으며 김기식 의원과는 경성고 동문이다.

김헌태 본부장의 아버지는 전두환 시절 청와대 사정수석을 역임한 김종건으로 국보위 출신 김종인 대표와 절친이다. 이 때문에 김헌태 본부장은 어렸을 때부터 김종인 대표를 '삼촌'이라 부를 만큼 각별한 사이였다.

김기식 의원(출처: 오마이뉴스)

정청래 의원이 컷오프된지 하루만에 더민주 지지율은 리얼미터 기준, 5.5%포인트가 하락했고 흥행 가도를 달리던 더민주 콘서트는 텅텅 비었다.

종편에서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를 공개 지지한 이종걸 원내대표넌씨눈와 김종인 대표의 최측근 박영선 비대위원에 대한 낙선운동 움직임도 일었다.

정청래 의원이 컷오프된지 이틀 후, 김기식 의원은 박영선 비대위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정봉주 전 의원이 김기식 전략공천설을 폭로하면서 비난이 빗발치자 출마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청래 의원은 재심을 신청했다. 온라인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내부 보고가 있었고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구명운동까지 벌였지만 김종인 대표는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기각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김종인 대표는 '정무적 판단을 어떻게 언론에 얘기하나? 정무적 판단은 정무적 판단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꾸짖었다. 하지만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 정무적 판단인지 노망난 건지 알 수가 없지 않나.

손혜원 위원장을 비롯, 지지자들은 무소속 출마를 권유했으나 정청래 의원은 결과에 승복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김종인 대표(출처: 노컷뉴스)

문제는 정청래를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김종인이 정청래를 쫓아낸 것이라 누구를 공천해도 김종인 라인으로 찍혀 욕받이가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청래가 꺼낸 카드가 손혜원 전략공천이다. 김종인 대표는 '정청래 의원처럼 공천에서 탈락했어도 당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분은 처음 봤다'면서 '이런 자세를 고맙게 받아들여서 정청래 의원의 요구대로 손혜원 위원장을 공천했다'고 밝혔다.

이어 '손혜원 위원장을 비례대표 1번으로 모시려 했는데 총선 승리를 위해 마포 을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손혜원은 애초 문재인 빠라 정치에 뜻이 없었고 비례대표도 신청하지 않았다. 김종인이 또

사실은 김종인이 손혜원의 마포 을 출마를 반대했는데 손혜원의 요구로 공천을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손혜원 위원장과 정청래 의원(출처: 뉴스1)

정청래가 추천한 인사인만큼 지지자들의 반발도 적을 것이고 무엇보다 손혜원이 정치에 큰 뜻이 없어 차차기에는 마포 을로 복귀할 수 있게 된다. 손혜원의 의정 활동은 정청래가 보좌(...)하면 되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홍보위원장이 지역구 후보로 나오면 당 홍보는 누가 하나? 선거운동은 정청래 조직이 한다 해도 손혜원 본인도 뛰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간이 분산될 수 밖에 없다.

그냥 컷오프 번복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을 김종인이 지 자존심 세우려 똥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손혜원은 홍보가 아니라 김종인 똥이나 치우게 생겼다.

정청래 의원은 김무성 의원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에 출마하는 김비오 예비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김비오 예비후보는 부산 <더더더 콘서트>에서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를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김종인 대표의 상병신짓으로 역대급 홍보위원장은 지역구에 출마하고 A급 지역구 의원은 듣보 후보의 선대위원장이 됐다(...). 영감탱이가 마포 을에 자기 사람을 못 꽂았다는 게 그나마 위안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