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셀프공천, 비례대표 2번 이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배정하는 '셀프공천'을 했다.

당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를 3명까지 전략공천할 수 있는데 그 중 한 개를 자신에게 행사했다(...). 법적으로 1번은 여성만 배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남성 후보가 받을 수 있는 최상위 순번을 배정한 것이다. 그냥 부랄 떼고 1번 받지 그랬냐

김종인 대표는 '총선에서 더민주 의석 수가 107석에 못 미치면 책임지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비례대표 2번은 총선 결과와 상관 없이 100% 당선이다. ^오^ 그는 비례대표로만 5선(...)이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문제는 김종인 대표가 최상위 순번을 받을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더민주 당헌에는 '비례대표 우선순위를 정함에 있어서 여성, 노인, 장애인, 직능, 농어민, 안보, 재외동포, 국가유공자, 과학기술, 다문화 등의 전문가를 고르게 안분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김종인 대표는 경제 전문가이므로 해당사항이 없다.

김종인 대표가 77세 노인이므로 노인 전문가일 수는 있다(...).

김종인 대표는 청년비례대표 경선에 참여한 측근이 당으로부터 특혜를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진상을 조사하지 않고 경선을 중단시킨 바 있다. 우리가 남이가. 따라서 청년비례대표 제도를 노인비례대표 제도로 대체했을 가능성도 있다.

비례대표제가 실시된 17대 총선 이후 당 대표가 최상위 순번을 받은 건 친박연대(...) 시절 서청원 대표가 유일하다.

큰 그림 그리는 할파고(출처: JTBC)

19대 총선에서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용감하게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셀프공천했다가 가루가 되게 까이자 11번으로 옮긴 바 있다(...). 민주통합당(현 더민주) 한명숙 대표는 15번이었다.

김종인 대표는 취임이후 줄곧 비례대표로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말해 왔다. 2월 26일 '4월 총선 승리 이후 내 역할은 더 이상 없다'고 잘라 말했고 28일에도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셀프 공천 4일 전까지 '비례대표를 4회 해봤다. 비례대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출마 사실을 부인했었다. 비례대표가 특별한 게 아니어서 그냥 비례대표에 출마했을 수도 있다(...).

비례대표 2번에 공천한 이유에 대해 김종인 대표는 그거 할 말이 뭐가 있어?라고 반말로 반문하며 아몰랑했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혓바닥이 길어졌다.

그는 '비례대표에 연연해 온 것이 아니지만 내가 의원직을 갖지 않으면 수권 정당을 만들 수 없다'면서 '총선 이후 던져 버리고 나오면 이 당이 제대로 갈거 같아?'라고 꾸짖었다.

태세전환(출처: JTBC)

지명도 낮은 영입인사들 험지에 공천하고, 멀쩡한 의원들 컷오프시켜 더불어콘서트 말아 먹고, 측근들 비례대표에 꽂고, 야권연대 나가리 됐는데 참 잘도 돌아간다. 노망난 줄 알았는데 과대망상증 같다(...).

이어 '2번을 하든 15번을 하든 차이가 뭔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지.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끝번호에 넣어 동정을 구하는 식의 정치는 안하는 게 좋다'고 일침했다.

15대 총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현 더민주) 김대중 총재는 자신에게 비례대표 14번을 배정했다가 낙선한 바 있다. 즉, 김대중은 끝번호에 넣어 동정을 구하며 눈가리고 아웅했다.

김종인 대표는 '꼼수란 건 내 생각에 없다. 일을 하려면 분명하고 정직하게 얘기해야지'라고 덧붙였다. 즉, 비례대표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정직하게 구라친 것은 꼼수가 아니다.

그는 '2번에 중점을 두지 마라'며 '큰 욕심이 있는 것처럼 인격적으로 사람을 모독하는 건 죽어도 못 참아'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즉, 남성 비례대표 최상위 순번을 셀프 배정했지만 욕심 때문은 아니며 이유는 안알랴줌.

아몰랑(출처: JTBC)

총재 체제였던 16대 총선까지는 총재가 상징적으로 1번을 받는 일이 흔했다. 대표가 월급장이 사장이라면 총재는 오너다.

따라서 김종인 대표가 내가 더민주의 오너라는 메시지를 던지려 한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그는 최근 더 이상 킹메이커 역할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종인 대표는 '그런 것으로 시비걸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여론을 너무 신경쓰다 보면 이렇게 하지도 않았다고 일축했다. 즉, 나님이 국회의원되는데 당 지지율 따위가 문제냐.

김종인 대표(출처: 뉴시스)

김종인 대표는 왜 지금까지 비례대표 출마 사실을 숨긴 걸까.

그가 당권과 공천권을 요구했어도, '정무적 판단'으로 경쟁력있는 현역 의원들을 컷오프시켜도, 측근을 단수추천해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진정성만큼은 의심하지 않았는데 당내 이해관계가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셀프공천으로 정무적 판단에 의한 컷오프는 사실 경쟁자 숙청이었으며 측근들의 단수추천과 비례대표 공천은 계파 만들기란 것이 분명해졌다.

경제 전문가란 사람이 당권과 공천권까지 요구한 걸 봤을 때 애초 그의 목적은 총선, 대선 승리가 아니라 당의 장악이었을 공산이 크다. 할파고

경제민주화하라고 불렀더니 당을 민주화(...)시켰다. 정신나간 할배에게 전권을 넘긴 문재인 대표는 물론이고 이에 동조한 박영선, 이석현, 정세균 의원 등 중진들도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