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사퇴 쇼 1: 비례대표 칸막이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는 공천관리위원회가 신청자들을 심사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명단을 확정해 중앙위원회에가 순번을 투표하는 방법으로 선출된다.

공관위가 심사를 통과한 50여명의 후보 명단을 제출하자 비대위는 일부를 걸러내고 후보심사도 없이 측근들을 한 명씩 집어 넣었다.

모 비대위원이 추천한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자신의 과오를 묻어 버린 대통령'이라 비난했고 더민주가 추진하는 리베이트쌍벌제, 신해철법에도 반대한 바 있다.

김종인 대표가 추천한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은 비리 방산업체에 감사패를 수여하고 아들도 해당 업체에서 근무했던 사실이 드러나 2012년 퇴진했다.

그는 퇴진 후 2012년 대선에서 <해공 국방안보포럼>과 함께 '문재인 후보의 안보공약이 북한의 대남적화전략과 궤를 같이 하는 종북좌파적 정책'이라면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별다른 경력이 없는 조희금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도 은근슬쩍 명단에 포함됐다.

문제는 친노, 운동권이 다수인 중앙위가 비대위 측근들을 뽑아 줄 리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박영선 모 비대위원이 칸막이 투표를 제안했다.

김종인 대표와 박영선 비대위원(출처: 연합뉴스)

칸막이 투표란 비대위가 후보들을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 별로 받을 수 있는 번호의 범위를 정하면 중앙위가 투표를 통해 순번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A등급 후보들은 1~10번, B등급 후보들은 11~20번, C등급 후보들은 21번 아래의 번호를 받는다. 하지만 A등급 후보는 0표를 받아도 10번이 보장되고 C등급 후보는 몰표를 받아도 21번이 되는 불공평한 제도다.

더민주에서 10번 이내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99.99%이고 21번 이상은 0.01%이기 때문에 비대위가 사실상 국회의원을 임명하는 셈이다.

2004년 김한길 의원이 측근들을 꽂으려 고안한 방법이지만 김한길이 또 당헌에 위배되기 때문에 무산된 바 있다.

정장선 비대의원(출처: 연합뉴스)

칸막이 투표를 제안한 비대위원이 누구인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표창원, 김병관 같은 꼬꼬마들은 아닐 테고 박영선, 변재일, 우윤근, 정장선 등 중진 의원들 중 한 명일 듯. 박영선 의원은 과거 김한길계였다.

더민주 당헌에는 과학, 안보, 취약계층 전문가들을 우선 배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김성수 대변인은 해당 사항이 없음에도 A등급으로 분류됐다. 그는 목포MBC 사장 출신으로 역시 MBC 출신인 박영선 비대위원의 측근이다.

비대위는 측근인 박종헌 전 총장, 김숙희 회장, 조희금 교수를 A등급으로 분류한 반면 취약계층들은 당선 불가능한 C등급에 몰아 넣었다.

이에 대해 김성수 대변인은 '비례대표 취지에 맞는 사람들을 선정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칸막이를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즉, 본인과(...) '노무현은 자살로 자신의 과오를 묻어 버린 대통령'이라는 애국보수 의사, '문재인의 안보공약이 종북좌파적 정책'이라는 애국보수 군인은 비례대표 취지에 맞는 사람들이다.

김종인 대표와 김성수 대변인(출처: 아시아경제)

비대위는 당직자에게 자문도 구하지 않고 '당헌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칸막이 투표를 결정했다(...). 김종인 대표는 '중앙위에서 난장판이 벌어질 것이다'며 경고했지만 비대위원들이 자신감을 보이자 최종 의결했다.

김종인 대표가 칸막이 투표를 제안하지는 않았지만 측근을 A등급에, 취약계층은 C등급에 몰아 넣은 것에 동조한 건 분명하다.

당 대표는 당선권의 20%에 해당하는 3명의 비례대표 후보의 순번을 결정할 수 있는데 김종인 대표는 1번에 박경미 홍익대 수학과 교수를, 2번에 본인(...), 6번에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를 배정했다.

박경미 교수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과 비리 사학재단을 두둔한 전력이 있으며 최운열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축이 된 <소망교회 금융인 선교회> 출신으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었다.

김종인 대표와 비대위는 우와 씐난다하며 비례대표 명단을 들고 중앙위로 향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