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제 19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헌정 사상 최초의 문 씨 대통령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41.1%의 득표율로 24%에 그친 자유당 홍준표 영감탱이 후보와 21.4%에 머무른 박지원 안철수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지만 557만 표 차이로 승리해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세운 역대 최다 표차 기록(531만 표)을 깼고 18대 대선의 박근혜 후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득표를 기록했다. 양자 대결이었던 18대 대선과 달리 19대 대선이 5자 대결이었던 걸 감안하면 압도적인 승리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진 동물 정권 애국보수 정권은 10년 만에 끝났다.
하지만 새롭게 여당이 된 민주당의 국회 의석수가 과반(150석)에 못 미치는 120석에 불과해 국민의당의 도움 없이는 내각 인준 조차 불가능하고 자유당의 협조 없이 법안 처리도 할 수 없다. 정치팬들 사이에 반문정서가 여전하고 애국보수 언론은 물론, 좌파 언론조차 문까라 사방이 적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야당의 발목잡기와 언론의 집중포화로 실패로 끝난 노무현 정부의 시즌 2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문재인 정부는 가치관을 제외하고는 노무현 정부와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첫째, 친문 세력이 당내 최대 계파다. 계파 소속 국회의원들이 많아야 야당, 언론의 공세와 내부 총질을 막을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내 입지가 약해 대선이 시작 되기도 전에 후보 사퇴 요구를 받았다. 대통령 취임 뒤에도 계파 싸움으로 1년 뒤 열린우리당을 창당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의원들 대부분이 노무현 팔아 당선된 정치꾼들이었을 뿐 친노는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내부총질에 시달렸다.
친문 세력 또한 2016년 총선 전만 해도 다수파가 아니었으나 반문 의원들이 대거 국민의당으로 분리수거 떠나고 김종인 일당에 의해 험지로 쫓겨난 친문 후보들이 총선에서 대부분 살아 돌아오면서 당내 최대 계파가 됐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의 인재풀이 압도적으로 크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준비 기간이 짧아 인재 영입을 거의 못 했기 때문에 실무 경험이 없는 운동권, 정치인, 폴리페서들에 의존해야 했고 이는 아마츄어 정부라는 오명을 낳았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낙선 이후 꾸준히 인재들을 모아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수천 명에 이르는 대규모 캠프를 조직했다.
셋째, 팬덤이 노무현 팬덤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탄탄하다. 대통령 팬덤은 국정 지지율의 마지노선이고 국정 지지율은 국정 추진의 명분을 준다.
노무현 팬덤은 2002년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갑자기 커졌기 때문에 충성도가 낮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애국보수 진영뿐만 아니라 좌파 언론의 편파 보도, 비노 의원들의 뒷통수, 입진보의 훈장질, 프로 시위꾼들의 땡깡으로 사방에서 공격을 당해 힘 한 번 쓰지 못 했고 팬들은 등을 돌렸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 이후 뽑아 놓기만 하고 내팽겨쳐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한 것에 대한 부채의식으로 노무현 팬덤은 콘크리트 문재인 팬덤이 됐다. 실제로 5년에 걸친 반문 패권세력의 분탕질과 기레기의 어그로에도 문재인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했다.
넷째, 야당이 역대 최약체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이듬해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을 차지했으나 의원들 대부분이 탄핵 역풍으로 운 좋게 당선된 초선이라 실력도, 연륜도 부족해 여전히 한나라당에 끌려다녔다.
반면 현재는 여당이 다수당이다. 한나라당의 후신인 자유당, 바른정당은 합쳐도 과반이 못 될 뿐더러 서로 원수지간이라 합당할 일도 없다. 특히 자유당은 당권을 둘러싼 친박 vs 비박의 내전을 앞두고 있어 한가하게 정부를 공격할 여유가 없다.
국민의당 역시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으로 지도부가 총사퇴해 벌써 창업주 안철수계, 손학규계, 김종인계, 김한길계, 천정배계, 박지원계의 개싸움이 시작됐다. 게다가 본진인 호남에서 지지율이 한 자리 수로 떨어졌는데 호남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땡깡을 부리다가는 내년 지방 선거에서 소멸각이다.
다섯째, 문재인과 노무현의 성격이 정반대다. 정치인이 주는 인상은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금치산자 수준인 박근혜가 이미지 하나로 대통령이 되고 초딩 수준의 안철수가 한때나마 유력 대선 후보이지 않았나.
노무현은 다혈질에 투사 스타일이다.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말도 많고 격의 없는 말투로 친근한 느낌을 주지만 '대통령으로서 품위가 없다'며 반감을 가진 정치팬들도 적지 않았다.
반면 문재인은 부드럽고 진중한 스타일이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정제된 표현만 쓴다. 실제로 대통령 취임 연설을 보고 '대통령의 품격이 느껴진다'는 반응이 더러 있었다.
결정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시작과 끝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장본인이다. 노무현은 선의만 갖고 순진하게 접근했다가 퇴임 후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검찰, 법원, 국정원, 언론, 애국보수, 운동권이 어떤 놈들인지 문재인 본인이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 시즌 2가 아닌 시행착오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노무현 정부 2.0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 역대 최고의 정부가 될 것으로 예상해 본다.
그렇다고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라. 문재인 정부는 682조 4000억 원의 쥐똥 닭똥 국가채무를 안고 출범했다. 빚더미에서 시작하는데 대통령 하나 바꾼다고 살림살이가 얼마나 나아지겠나.
그저 세월호·국정원 직원 자살·성완종 자살·박근혜 주변인 의문사·BBK·조희팔 사기 사건 재수사하고, 4대강 사업·자원외교·방위산업 슈킹한 돈 회수하고, 박정희 최순실 재산 환수하고, KBS·MBC·YTN·연합뉴스 털고, 종편 특혜 없애고, 재벌·공기업 작작 퍼주고, 위안부 합의 파기하고, 검창찰·경찰·국정원·국방부 대청소만 해도 대성공이다. 돈 드는 것도 아니니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야당 정치팬들 똥줄 타느라 고생 많으셨다. 이제 여당이 됐으니 당분간 콘크리트가 돼 문재인 대통령에 힘을 보태 주자. 베충이들 부들부들하는 모습도 즐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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