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음대생 왕따 자살 사건, 가해자 은폐 의혹

지난 9월 자살한 중앙대학교 음대생 노승현 양 왕따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가담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의 학생은 중앙대 관현악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 모 양으로 <중앙대 대신 전해드립니다>가 입수한 제보에 의하면 그녀가 노승현 양을 이유 없이 싫어했고, 자신의 남자친구가 노승현 양과 통화했다는 사실을 알자 노승현에게 욕을 한 뒤 이를 녹음해 올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특히 노승현 양의 자살 소식을 듣고 나서는 전 남자친구 때문 아니냐, 임신해서 뛰어내렸다며 험담했다고 한다.

<중앙대 대신 전해드립니다>가 해당 사건을 처음으로 공개한지 3시간 후, 관리자는 김 양의 지인인 박 모 씨로부터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는다.

김 양과 관련된 의혹은 오해로 빚어진 것으로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사건 제보자에게 고발글에서 해당 부분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작성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제보자가 관리자와 연락이 안 됐다고 한다.

고 노승현 양 납골함(출처: 페이스북)

하지만 관리자는 제보자로부터 어떤 메시지도 받지 못 했을 뿐더러 더 중요한 것은, 관리자가 제보자의 신원을 공개한 적이 없는데 박 씨는 제보자의 신원을 어떻게 알았나?

박 씨는 '사건 당사자들과 오해를 풀어 노승현 양의 친구가 관리자에게 김 양 관련 의혹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김 양을 싫어하는 학생들의 거짓 제보였다'고 주장했다. 아까는 오해라더니 지금은 거짓말이란다.

박 씨는 김 양에 대한 사과와 함께 관련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밝히는 게시글을 작성해 줄 것을 관리자에게 요구했다. 그는 김 양이 피해보지 않도록 빠른 조치를 촉구하며 불응시 명예훼손죄로 법적 대응할 뜻을 밝혔다.

제보자가 김 양이 가해자인 것이 확실하다며 곤란해 하자 관리자는 박 씨에게 제보자의 연락처를 알려 주며 쇼부볼 것을 제의한다. 근데 그럼 더 이상 익명이 아니지 않나(...).

출처: 중앙대학교

잠시 후, 박 씨는 관리자에게 '오해가 풀렸다'면서 제보자도 곧 수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씨의 말을 믿었던 관리자는 그의 요구대로 원문에서 김 양 관련 부분을 삭제하고 '김 양을 싫어하는 사람이 퍼트린 유언비어였다'라는 해명과 함께 사과했다.

하지만 제보자의 수정 요청은 오지 않았고 영문을 묻는 관리자에게 박 씨는 '김 양을 싫어하는 동기가 수정 요청을 막았다(...)'는 개드립을 날렸다. 북한의 소행일 수도

사과문을 본 박 씨는 '김 양을 싫어하는 사람이 퍼트린 유언비어'라는 문구를 뺄 것을 요구했는데 바꿔 말하면 '김 양을 싫어하는 학생들의 거짓 제보'라는 박 씨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는 소리다.

게다가 '제보자와 오해를 풀었다'는 말도 거짓으로 당시 김 양은 가족들과 번갈아가며 제보자에게 전화해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 중이었다.

고발글이 수정되자 김 양이 가해자가 맞다는 추가 제보가 13건이나 들어 온 반면 김 양의 결백을 주장하는 제보는 없었다. 김 양의 험담을 직접 들었다는 복수의 증언이 등장하자 김 양은 한 선배에게 '임신해서 죽었다'고 말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다른 의혹은 여전히 부인했다.

고 노승현 양이 친구에게 보낸 문자

한 시간 후, 박 씨는 페이스북을 비활성화시킨다. 노승현 양의 지인들은 김 양이 자신의 왕따 가담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관리자는 김 양과 관련된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고발글을 원상 복구시킨 후 관리자 직을 사퇴한다(...). 노승현 양 자살 사건의 제보자 중 한 명이 새 관리자로 임명됐는데 사건 당사자이기 때문에 추후 중립성 논란이 불거질 지도 모르겠다.

이후 김 양이 평소 다른 학생들에 대한 헛소문을 유포했다는 증언들이 이어졌다.

한 1학년생은 '김 양이 유언비어를 퍼트려 이상한 사람이 돼 학교 다니기 싫었다'면서 '억울해서 잠도 못 잤다'고 주장했고 다른 1학년생은 '김 양이 사실이 아닌 말을 하고 다녀 억울하고 어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노승현 양을 비롯, 피해자들이 1학년 여학생에 미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학생은 '김 양이 원래 그런 소문을 내고 다닌다. 그녀 입에 안 올라가 본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처벌을 요구했다.

증언만 있을 뿐 물증이 없지만 김 양이 결백을 주장하면서 해명은 커녕 잠수를 타고 있고, 지인 박 씨가 수차례 불필요한 거짓말을 한 뒤 잠수를 탄 점이 미심쩍긴 하다. 단, 적용될 수 있는 혐의는 명예훼손 정도 같고 그마저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