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탐방]똥군기 30년 전통 인천대학교 체육학부

인천광역시에 위치한 인천대학교의 체육학부는 국립 종합대학교 가운데 쌍팔년 시절부터 내려온 똥군기 전통이 오롯이 보존된 몇 안 되는 학부다. 1982년 1회 신입생을 맞이한 이후 30년 넘게 똥군기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대 체육학부 신입생들은 오리엔테이션에서 1~2학번 위 선배들로부터 올바른 '과생활' 법에 대해 배운다.

선배는 '선배님' 대신 '형', '누나', '언니'라고 부른다. 인사를 할 때에는 하던 것을 멈춘 뒤 차렷자세에서 눈을 쳐다 보지 말고 '안녕하십니까? 15학번 ㅇㅇㅇ입니다'라고 통성명을 해야한다.

선배와 대화할 때에는 군대처럼 다나까체를 사용한다. 즉, 모든 문장이 '~다'나 '~까'로 끝나야 한다. 알았다. 대답은 '예'만 가능하고 '네'를 써서는 안 된다.

역시 군대와 마찬가지로 압존법을 사용한다. 압존법이란 대화의 대상이 상대방보다 아랫사람일 경우 존칭을 쓰지 않는 어법을 말한다. 가령, '아버지 출근하셨습니다'란 문장을 할아버지에게 압존법으로 말한다면 '아범 출근했습니다'가 된다. 근데 인천대 체육학부 선배들 상당수는 압존법을 존법으로 잘못 알고 있다(...).

인천대 체육학부 신입생 통성명(출처: 페이스북)

체육학부 선배의 전화번호를 받으면 카톡 친구 추가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서 등록한 뒤 하루 내로 통성명과 함께 약간의 멘트를 보내야 한다. 선배에게 전화를 걸거나 받을 때에도 통성명을 하며 전화를 먼저 끊어서는 안 된다.

문자나 카톡 또한 통성명으로 시작하고 대화 도중 밤 12시가 넘어가면 통성명을 다시해야 한다. 선배가 보낸 문자나 카톡은 읽고 씹어서는 안 되고 모든 문장에는 항상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교내에서는 항시 이름표를 붙여야 하며 초딩이냐 시계를 제외한 악세사리는 착용할 수 없다. 요즘은 여고생들도 화장을 하지만 인천대 체육학부 1학년은 화장을 할 수 없다. 불량스러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녀도, 모자를 뒤로 써서도 안 된다. 체육관 안에서는 모자 착용과 핸드폰 사용이 일체 금지된다.

신발은 운동화만 신을 수 있고 운동복(츄리닝)은 실기수업 중에만 입을 수 있다. 슬리퍼 착용과 염색, 파마 금지는 교수들 지시 시항이라 전 학부생에게 해당된다.

인천대 체육학부생들(출처: 캠퍼스러브)

신입생들은 예체능대 정문으로 드나들 수 없고 형, 누나, 조교님, 교수님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으니 엘레베이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전공수업 시간에는 반드시 앞자리부터 앉아야 한다. 앞자리가 텅텅 비어있으면 체육학부 교수님들의 가오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선배가 부르거나 심부름을 시키면 뛰어야 하고 작업을 하고 있으면 도와 줘야 한다. 선배와 밥 먹을 때에는 먼저 수저를 들어서는 안 되고 핸드폰도 사용할 수 없다. 선배에게 술을 받거나 술을 '드릴 때'에는 반드시 통성명을 해야 하고 선배가 나이를 먹어 이름을 까먹나 술을 남겨서는 안 된다.

학기 초에는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상대로 체육관에서 매일 30분간 조례와 종례를 실시한다. 아침 8시에 있는 조례에서 신입생들은 선배들에게 인사한 뒤 과사무실(과실)을 청소하고 오후 6시에 열리는 종례에서는 20대 초반 선배들에게 훈시를 듣는다. 학부 행사가 있으면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야 하니 참고할 것.

과사무실에 들어갈 때에는 노크를 먼저 하고 조심스럽게 들어간 다음 문을 살살 닫아야 한다. 신입생이 과사무실 안의 소파나 의자에 앉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체육학부 행사에 참석할 수 없으면 반드시 과사무실에 들러 허락을 구한다.

신입생들을 꾸짖는 인천대 체육학부 누나(출처: 페이스북)

체육학부생들은 과잠(점퍼), 츄리닝, 맨투맨, 티셔츠를 95000원에 의무적으로 구입하며 매년 열리는 <체육인의 밤>에는 행사비 7만 원을 납부한다.

물론 이런 규율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규율을 거부하는 학생은 과생활을 안 한다고 하는데 과생활을 하지 않은 학생들은 출석부에 표기돼 장학금도 지급되지 않고 모든 체육학부 행사 참여가 금지된다. 선배들 뿐만 아니라 조교, 교수까지 개입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한 학생은 과수석을 차지했지만 과생활을 안 해 장학금을 한 푼도 못 받았다고 한다. 미개한 과생활을 하지 않으니 성적이 오를 수 밖에

2015년 6월, 재학생이 똥군기를 폭로하며 논란이 일자 체육학부 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조직적인 모습을 갖춰야만 실기수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며 '군대에서 군기가 빠질 수 없듯 체육학부도 군기는 빠질 수 없다'고 일침했다.

이어 '어느 조직이건 문화라는 것이 있는데 체육학부의 문화는 예절이다'면서 '선배를 존중하고 후배를 배려하는 것이 이상적인 체육학부다'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일부 악습과 부조리는 개선할 것을 약속했는데 11월, 이번에는 <체육인의 밤> 행사비가 문제가 됐다. 행사비 사건을 알고 싶으면 여기를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