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오유)에 '부산 미남 반도보라 아파트 갑질'이란 제목으로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들에게 인사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는 나이든 경비원이 경비실 앞에서 여고생과 직장인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있다.
글쓴이는 '두 달 전부터 출근길 아파트 지하2층의 지하철 연결통로에서 경비원 할아버지들이 주민들에게 인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몇몇 아줌마들이 '다른 아파트는 출근 시간에 경비원이 서서 인사하던데 왜 우리는 하지 않느냐'며 지속적으로 항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파트 사는 게 벼슬도 아니고 아버지, 할아버지 뻘되는 사람에게 인사 처받고 싶나. 왕처럼 대접받고 싶으면 왕처럼 돈을 써야지 경비원 월급 쥐꼬리 만큼 주면서 바라는 건 드럽게 많아요. 경비원들이 노조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히 노인들은 재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입주자대표회의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렵다.
문제의 아파트는 동래구 온천 3동에 위치한 반도보라스카이뷰로 지하를 통해 도시철도 3호선 미남역과 연결된다. 2006년 준공된 이 아파트에는 1149세대가 입주해 있으며 매매가로 보나 위치로 보나 절대 고급 아파트가 아니다.
반도보라스카이뷰 주민들은 을에 가깝지 갑과는 거리가 멀다. 갑이 갑질을 해도 욕 처먹는데 지들도 을이면서 갑질을 하다니 육갑들 떨고 있다.
반도보라스카이뷰 관리자는 일요신문과 인터뷰에서 '전혀 그런 일 없다'며 '경비원들이 자발적으로 아는 주민에게 개인적으로 인사를 드린다'고 해명했다. 즉, 노인 경비원이 아는 여고생에게 자발적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반도보라스카이뷰 입주자 대표 또한 '출퇴근 시간마다 버튼을 눌러 지하철 통로와 연결 된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을 뿐 인사를 시킨 적은 없는데 인사도 90도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리자가 경비원들이 아는 주민에게만 인사를 한다고 말한 걸 보면 사전에 입을 안 맞춘 것 같다(...).
반도의 흔한 입주자 대표는 '허리 숙여 인사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묵례만 할 것을 제안했지만 한사코 경비원들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입주민들로부터 경비원들이 불친절하다는 불만이 많았다'면서 '입주민들과 경비원들 사이에 마찰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즉, 경비원들에게 불만이 많았지만 마찰은 없었다. 그녀는 '갑을관계에서 지시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정리하면 우리 입주자 대표님께서 불친절한 경비원들에게 출퇴근 시간에만 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하니 90도로 인사를 하기 시작하더라.
이 아파트 경비원은 '우리는 최하층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위에서 하라고 하면 뭐든 해야 한다고 증언했다. 반도보라스카이뷰는 두 명의 경비원이 하루 24시간 2교대로 근무한다.
실제로 언론 보도 후 경비원들의 인사가 바로 중단된 걸 보면 인사를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주자 대표의 해명은 구라일 가능성이 99프로다. 입주자대표회의가 또
글쓴이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입주민 대표에게 강제 인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더니 반대하는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오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거주하는 동을 돌면서 반대 서명을 부탁한 결과 2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가구가 서명에 응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몇 몇 미친년들이 아파트 주민 전체를 욕 먹인 것이다.
사실 저런 아파트들이 한둘이 아니다. 인근 연산동의 영산무지개아파트도 같은 방법으로 인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출근길에 정문에서 경비원들이 거수경례를 하는 아파트도 있다.
과거 한 아파트의 인터넷 카페에는 '비싼 돈 내고 경비 서는데 인사도 없다'는 불만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아파트 경비원 월급이 보통 130만 원 선이고 임금이 높다는 보안업체 파견직도 많아 봐야 200만 원이다. 비싼 돈 내는 것 같으면 지들이 경비 알바 뛰어서 부자되지 그러냐.
'너무 권위적이지 않냐'는 지적에 다른 주민들이 빼애애애액하는 바람에 이후 출근길 거수경례가 시작됐다고 한다(...). 며칠 후 흐지부지됐지만 인사가 뜸해졌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다시 시작했다고. 파견된 아파트마다 주민들에게 인사를 요구했다는 전직 경비회사 알바의 증언도 나왔다.
갑을 관계는 상대적인 것이다. 사회의 을 뿐만 아니라 병, 정도 그 누군가에게는 갑이 될 수 있다. 쥐뿔도 없는 것들이 갑질하는 꼴을 보면 이들이 사회의 갑이 아닌 게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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