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소년 송유근 논문 표절 사건 정리

최연소의 나이로 박사학위를 받게 된 '천재소년' 송유근이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판명됐다.

2015년 10월, 천체물리학 저널(Astrophysical Journal)은 송유근이 제출한 <선대칭의 비정상성 블랙홀 자기권: 재론(axisymmetric, nonstationary black hole magnetospheres: revisited)>뭐여 이게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제했다.

<천체물리학 저널>은 과학계에서 인정받는 SCI 저널 중 하나로 학술지의 등급을 가늠하는 척도인 IF 점수 또한 높다. 한 달 후, 송유근은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2016년 2월, 18살 3개월의 나이로 박사학위를 받게 돼 국내 최연소 박사로 기록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바로 이틀 전, 일베(...)에서 송유근이 <천체물리학 저널>에 게제한 논문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논문 곳곳에 <2002년 제 6회 APCTP 겨울학교 논문집>에 수록된 박석재 교수의 논문을 붙여넣기한 문단과 수식들이 발견된 것이다.

UST 천문우주과학 박석재 교수는 송유근의 지도교수로 송유근 논문의 교신저자(연구 총책임자)이기도 하다.

다른 저작물의 문장을 인용할 때에는 따옴표로 묶고 참고문헌에 이를 명시해야 하지만 송유근의 논문에는 그런 흔적이 없었다.

출처 없이 다른 저작물을 인용하는 것은 표절이며 자기 논문을 인용하는 것은 자기표절이다. 문장을 복붙한 논문은 내용과 상관 없이 논문 심사에서 거부(리젝트)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송유근(출처: 연합뉴스)

이후 디시인사이드 물리학갤러리, 클리앙, 엠팍 등을 중심으로 표절 논란이 확산됐고 한 물리학갤러는 문헌전문가인 미국 콜로라도대학교의 제프리 빌 교수에게 제보까지 했다. 제프리 빌 교수는 표절을 확신하며 블로그에 관련 글을 올렸고 <천체물리학 저널>에도 조사를 요청했다.

사실, 박석재 교수의 2002년 논문은 프로시딩이다. 이공계에서 논문은 프로시딩(proceeding)과 페이퍼(paper)로 나뉘는데 프로시딩이란 학술지에 게제하지 않은 논문으로 학술회, 워크샵 등에서 사용된다.

프로시딩을 기초로 논문을 작성하는 것을 확장이라고 하는데 천문학계에서 확장은 표절로 간주되지 않는다. 따라서 송유근의 논문은 박석재 교수 프로시딩의 확장판이 된다.

하지만 박석재 교수의 프로시딩은 이미 출판된 저작물이기 때문에 출처를 명시하지 않은 건 표절에 해당한다. 논문 작성 과정에 대한 모든 책임은 교신저자에게 있으므로 전적으로 박석재 교수의 잘못이다.

박석재 교수(출처: 대한사랑)

결국 <천체물리학 저널>은 송유근의 논문이 박석재 교수 프로시딩을 인용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표절로 판단, 게제를 철회했다. 따라서 송유근의 박사 학위도 취소된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논문에 송유근이 얼마나 기여했냐는 것이다. 박석재 교수는 해당 논문이 <천체물리학 저널>에 게제되자 '유근이가 기다리던 첫 SCI 논문 게재'라고 자랑했었다.

하지만 송유근의 논문은 80%이상이 유사한 박석재 교수 연구물의 확장판이다. 대학원생들은 교수들의 연구물을 물려 받아 논문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송유근이 논문의 제1저자(연구를 주도적으로 한 사람)이긴 하지만 대학원생의 논문은 지도교수가 교신저자가 되기 때문에 저자가 2명이면 학생이 통상적으로 제1저자를 맡는다. 따라서 송유근이 제1저자라고 해서 반드시 송유근이 주도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박석재 교수는 이번 논문의 핵심이 송유근이 편미분방정식그냥 그런 게 있다 치자을 유도한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한 천체물리학 박사는 과학잡지 <동아사이언스>와 인터뷰에서 두 논문이 동일하다고 주장했고, 해당 논문을 재심사한 리뷰어도 '두 논문의 차이는 미미하며 해석적 결과를 표현만 다르게 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대학생 시절(...) 송유근(출처: KBS)

물리학갤러리의 김물리란 아저씨는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박석재 교수 프로시딩에 나온 방정식을 어떤 물리적 해석 없이 수학적 지식만으로 송유근의 논문에 나온 방정식으로 유도해냈다. 천재 아저씨

이쯤되면 송유근이 숟가락만 얹었을 가능성도 높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천문학과의 조세프 바란코 교수는 표절 사건에 대해 의도적인 사기라면서 학생을 신동으로 홍보하기 위해 지도교수가 자신의 연구물을 줬다고 비난했다.

제자의 성과를 가로채는 교수는 많아도 제자를 띄워 주는 교수는 없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송유근은 박석재 교수의 주도로 UST 천문우주과학전공 석박사 통합 과정에 입학했다. 해당 과정의 재학 연한이 8년인데 천재로 알려진 송유근이 7년 차에도 박사학위를 받지 못 하자 박석재 교수가 압박을 느낀 것은 아닐까.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천문학은 비인기학과인데다 UST가 천문우주과학으로 유명한 것도 아니라 연구지원금을 받기가 쉽지 않다. 송유근이 입학하고 최연소로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되면서 UST 천문연구원은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다. 학과가 유명해지면 연구지원금은 자연히 따라 온다.

송유근이 매우 영리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주위의 지나친 기대로 제2의 김웅용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석재 교수 언플 좀 그만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