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초,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현재 논란 중인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현관문 바로 앞에 쌀포대가 쌓여 사람이 집 안에 갇힌 사진이 올라왔다.
문제의 사진에는 달랑 '쌀 12포대 시킨 사람이 나쁘다 vs 쌀 12포대로 못 나가게 막은 택배기사가 나쁘다'라는 글만 있어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추측이 오갔다. 참고로 현관문에 붙어 있는 것은 단열용 뽁뽁이니까 신경 쓰지 말자.
한 키보드 탐정은 '택배기사가 송장 사인을 받으러 초인종을 눌렀으나 집에 사람이 있는 게 뻔한데도 대꾸를 하지 않아 엿 먹으라고 문 앞에 쌀포대를 쌓아 놓았다'라고 추리했고 다른 궁예는 '택배를 시킨 사람이 지은 죄가 있어 일부러 대답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사진은 다른 커뮤니티로 퍼지면서 '쌀 열두 포대를 택배로 시켰는데 전화 안 받았다고 저렇게 두고 갔다'라고 살이 붙었다. 페이스북으로 건너가서는 '쌀 12포대 시킨 여자가 나쁘다'로 수정됐고 일베에서는 '쌀 12포대 시킨 년(...)이 나쁘다'로 바뀌었다.
댓글란에는 손님과 택배기사 중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택배기사의 잘못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집안까지 배달해야 택배가 완료된다', '직업의식의 문제다', '감금이다'라고 지적했고 '미친 택배기사'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있었다.
반대로 손님의 잘못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쌀 12포대는 심하다', '택배로 저렇게 시키면 욕 먹어도 싸다', '집에 있는데 택배를 안 받은 게 잘못이다', '밥집 하나(...)'라고 비판했다.
'둘 다 나쁘다'는 양비론자가 있는가 하면 '둘 다 잘못 없다'는 쿨가이도 있었다. 신중론자들은 '사람이 있는지 몰랐을 것', '집 앞에 두고 가라 했을 것'이란 반응이었고 음모론자들은 주작이라며 일축했다. 일베에서는 '김치년이 문제다', '시킨 년이 개년'이라고 꾸짖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 뒤, 사진을 찍은 사람이 나타나 사건의 전말을 밝혔다. 그는 덕후 커뮤니티인 루리웹의 유게이(유머 게시판 이용자)로 여자가 아니라 남자다 일베 시무룩. 근데 하필 유게이의 닉네임이 고자라니였다(...). 선견지명
유게이의 외삼촌은 농사를 지어 매년 수확한 쌀을 얼굴도 볼 겸 외삼촌의 형제들에게 직접 배달해 준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외할머니 생일 잔치때 친척들이 모두 모이기로 했기 때문에 용달업체를 불러 배달하기로 했는데 유게이 가족은 이를 모르고 있었다.
용달기사는 직장에 있던 유게이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쌀포대가 간다는 사실을 알렸으나 12포대인지는 알려 주지 않아 아버지는 유게이가 학교에 가 집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집 앞에 대충 쌓아 놓으라고 일렀다.
하지만 유게이는 당시 집에서 쿰척쿰척 루리웹을 하는 중이었다. 용달기사는 아버지의 말만 믿고 초인종을 누르지도 않고 쌀포대를 내려 놓았고 유게이는 밖에서 소리가 들렸지만 자기 집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문제의 사진은 유게이가 학교에 가기 위해 현관문을 연 장면이다.
사도세자 유게이는 영조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학교 안 가면 큰일난다'며 도움을 요청해 아버지가 일하다 말고 집으로 와 꺼내 줬다고 한다(...).
포대를 집 안으로 옮기려면 문부터 열어야 하는데 용달기사는 왜 쌀포대를 문 앞에 쌓아 둔 걸까. 택배와 달리 용달업체는 화물 운송이 주 업무라 보복할 이유도 없는데 말이다.
엘레베이터가 없는 계단식 빌라는 복도가 좁은 경우가 많은데 이런 빌라에서 문을 열 공간을 두고 쌀포대를 쌓으면 계단을 막아 버린다. 실제로 사진 속의 집이 상당히 낡았고 유게이가 오히려 용달업체의 쉴드를 친 걸로 봐 공간이 작아 용달기사도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번 사건의 책임은 용달기사도, 유게이도, 유게이 아버지도, 한국 여자도 아닌 유게이 외삼촌이다. 쌀을 12포대나 보낼 거면 미리 얘기를 해 줘야 할 것 아니여.
그럼 쌀 12포대 성실히 배달한 용달기사는 왜 욕을 먹은 건가(...). 유게이의 고추는 왜 뗀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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