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의 복수? 경동택배 쌀배달 사건 전말

출처: 진실 혹은 거짓

짤방은 택배기사가 쌀 9포대를 문 앞에 쌓아 놓은 장면으로 페이스북 유머 페이지인 <진실 혹은 거짓>이 제보를 받아 최초로 공개했다.

배달지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의 5층으로 쌀 한 포대만 나르기에도 버거운 위치다. 아저씨들은 맨몸으로 올라가기에도 버겁다

자신을 택배기사로 소개한 제보자는 손님과 나눈 문자 메시지도 공개했는데 아래는 그 전문 이다.

제보자: 경동택배인데요. 전화 좀 받으세요.

손님: 문 앞에 두고 가세요.

제보자: 쌀 20킬로 9포대인데요.

손님: 저도 손목이 안 좋아서요. 택배기사가 해야 될 일 아닌가요?

제보자: 맞는데 말씀이 듣기 좀 거북하네요.ㅋ

손님: 뭐 어쩌란 말입니까?

제보자: 예. 두고 갑니다. 수고하세요~~

제보자의 말투가 까칠하고 함께 첨부한 쌀포대 앞에서 어깨춤을 추는(...) 사진을 보면 손님에 대한 복수로 문 앞에 쌀을 쌓아둔 듯한 인상을 준다.

문제의 사진들은 커뮤니티에 퍼져 택배기사가 직업의식이 부족한가,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의 5층에 살면서 180킬로의 쌀을 주문한 사람이 개념이 없는 건가를 놓고 논쟁이 일었다. 며칠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지

택배기사 편을 드는 사람들은 '사이다', '문 앞에 두고 가랬잖아', '건당 500원 받는 택배 기사는 노예냐'라는 논리를 폈고 손님 편을 드는 사람들은 '감금죄다', '빌라 사는 사람들은 택배 시키지 말아야 하나', '택배비가 낮은 건 구조적 문제인데 왜 소비자를 탓하나'라며 맞섰다.

어깨춤을 추는 택배기사(출처: 진실 혹은 거짓)

쿠팡에 민원을 넣겠다는 페북 열사들도 있었는데 문제의 택배사는 경동택배다. 쿠팡이죠? 경동택배 직원 교육 똑바로 하세욧

하지만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다 세 개다. 첫째, 문자에는 20킬로 포대라고 나와 있지만 사진 속의 포대들은 40킬로 짜리다. 20킬로 포대를 9개 쌓으면 절대 어른 키 높이가 안 된다.

둘째, 사진을 찍어 준 사람이 있다. 택배기사가 두 명이라는 말인데, 두 명이면 포대가 20킬로든, 40킬로든 같이 들 수 있는 무게라 손님까지 거들 필요가 없다.

셋째, 경동택배는 중량화물 및 기업물류 전문 업체다. 무게에 따라 운임이 책정되며 기본운임도 일반 택배사보다 비싼 6000원이다.

개인 고객들은 주로 쌀 같이 무거운 농산물을 배달할 때 이용하기 때문에 쌀 20키로 9포대는 평범한 수준이다. 근데 경동택배는 택배기사가 물건 같이 들어 달라고 할 때도 있다(...).

결국 제보자는 사진이 올라온 당일 오후 주작이라 실토했고 사과와 함께 해당 게시물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사실은 제보자가 동료 택배기사와 포대당 5000원, 총 45000원에 착불로 배달한 것이었으며 팁도 각각 만 원씩 받았다고 한다. 쌀포대들은 사진만 찍고 바로 집 안에 넣어줬고 문자 메시지의 '손님'은 제보자 본인이었다(...).

문제는 제보자가 경동택배라고 업체명을 공개해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페북 열사들은 경동택배에 민원을 넣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쿠팡에 넣었을 수도

경동택배 택배기사들은 지입이 아닌 월급제로 일한다. 회사 측에서 40킬로 쌀 9포대를 배달한 기사들을 추적하면 제보자의 신상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니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