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누 사태 정리 1: 신발팜, 마케팅, 물빠짐

장편이므로 깔끔한 한 줄 요약으로 시작한다.

마케팅으로 만들어진 허상

황효진(28)은 아프리카TV에서 소닉이란 이름으로 고전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방송을 하는 인기 BJ였다.

BJ소닉은 제대 후 24살이던 2011년, 신발 쇼핑몰인 <신발팜>을 창업해 별풍선(...)으로 운영비를 조달하고 아프리카TV로 홍보한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사업이 안정권에 접어들자 그는 명품들을 구입하고 차도 제네시스에서 중고 BMW 5로 바꾼다.

2012년에는 자신의 예명을 딴 스타크래프트 리그인 <소닉 스타리그>를 출범하고 대기업으로부터 수천 만원대의 협찬을 받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해 하반기, 거래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금을 모두 털어 나이키 신상품을 구입한다. 문제의 제품은 희대의 망작이란 평가를 받았고 구입한 제품의 95%가 재고로 남아 회사는 큰 손실을 입었다.

황효진의 신발팜 광고

그는 결제 대금을 갚기 위해 명품들과 자동차를 팔고 재고를 트럭에 실고 다니며(...) 구입가의 반도 안 되는 값에 땡처리했다. 그래도 자금이 부족해 저축은행 대출은 물론 사채까지 빌려 총 10억 원의 빚을 졌지만 이 와중에 <소닉 스타리그>를 후원했다(...).

그러던 중, 거래처가 자체 개발한 신발의 마케팅과 판매를 위탁받고 초기 물량을 완판시키는 성과를 올린다. 하지만 거래처가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자 남 좋은 일만 해 줬다는 생각에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아프리카TV로 쌓은 인지도(...)를 앞세워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10억 원을 유치해 8억 6천만 원의 빚을 전부 갚고 나머지 돈을 운동화 제작에 투자한다. 부산의 영세 신발 제작 대행업체(에이전시)인 <하이키>에 제작을 일임하고 생산은 부산 공장에 하청을 주기로 했다.

송재림과 아이유의 광고(출처: 스베누)

2013년 7월, <신발팜>은 마침내 스베누라는 자체 브랜드 운동화를 선보인다. 위탁 판매를 통해 터득했던 마케팅 노하우로 스베누는 성공을 거뒀고 신발팜은 그해 약 1억 원의 순이익을 올린다.

황효진은 아프리카TV 방송을 접고 2014년 6월 회사 이름을 아예 <스베누>로 바꿔 1~20대를 겨냥한 종합 의류 브랜드로 변신한다. 시장표 신발이었지만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고급화 전략으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광고비가 부족해 젊은층이 많이 찾는 페이스북과 인터넷 커뮤니티에 바이럴마케팅을 펼친 것이 먹히면서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 커뮤니티에서 스베누 빨던 사람들이 사실은 댓글알바였던 것이다(...).

루저 황효진과 클로이 모레츠(출처: 스베누)

황효진 대표는 이후 <소닉 스타리그>를 <스베누 스타리그>로 개명하고 e스포츠도 후원하며 본격적인 홍보에 나선다.

스베누는 2014년 7월, 1호 매장을 오픈한 이후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62개의 가맹점을 포함, 111개의 매장을 확보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였던 김성제도 스베누 원주점을 열었다. 잠깐 눈물 좀 닦고

스베누 운동화 물빠짐

그리고 이렇게 거둔 수익금과 가맹비 대부분을 마케팅에 쏟아 부었다. AOA를 시작으로 송재림, 아이유, 클로이 모레츠(!) 등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고 <장밋빛 연인들>, <아이돌육상선수권대회>, <앵그리맘>, <프로듀사>등에 PPL 광고까지 했다.

스베누는 2015년 상반기에 PC 광고비로 삼성전자보다 많은 82억 원을 지출해 전체 2위를 차지했고, 6월 한 달은 전체 1위였다.

하지만 마케팅으로 만들어진 고급 이미지와 달리 제품은 시장표였기 때문에 내구성이 약하고 비를 맞으면 물이 빠져 양말에 이염(색깔이 번짐)되는 등 품질이 안습이었다. 세탁 전문업체인 <크린토피아>의 한 매장이 스베누 운동화의 세탁을 거부했을 정도다.

이에 대해 황효진은 '4~50만 켤레 중 5~6개 정도만 불량품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불량률이 0.001%이란 말인데 그럼 나이키 최고급 라인에 납품하지 미쳤다고 스베누에 납품하나(...).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