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비례대표 이태규 정체, 단일화 반대 이유

국민의당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이 '당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 자의적으로 단일화를 하는 후보들에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 경고했다.

'당 차원의 선거 연대는 없지만 개별 후보의 단일화는 막지 않겠다'는 안철수 공동대표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 강서병에 출마한 국민의당 김성호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잠정 중단해야 했다.

이태규 본부장이 국민의당 실세임을 알 수 있는 일화다. 정치팬들에게도 이태규는 다소 생소한 인물인데 그가 누구인지 잠깐 소개하겠다.

이태규는 운동권 출신 애국보수로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윤여준 기획위원장의 보좌관을 맡아 2003년 한나라당 대표 정책특보에 임명됐다. 이듬해 고양시 보궐선거에서 출마를 선언했지만 경선에서 탈락했다(...).

그는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선대위 기획단장으로 참여해 오세훈 후보를 당선시켰고 2007년 대선에서는 정두언 의원과 인연으로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전략기획실장을 맡아 이명박 후보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출처: 연합뉴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뒤 대통령직 인수위에도 참여했지만 정두언 의원이 계파싸움에서 밀리면서 찬밥 신세가 됐다. 간신히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으로 채용됐으나 왕따를 당해(...) 한 달 만에 사퇴했다.

그래도 꿀보직인 KT경영연구소 전무로 낙하산타고 갔기 때문에 먹고 사는 걱정은 없었다. 이후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하며 정계 복귀를 노렸으나 최종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해 말, 그는 민주통합당(현 더민주)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위해 안철수 캠프에 영입됐다. 그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캠프 경선기획단장을 맡아 조직의 열세를 여론조사로 뒤집어 승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후 이태규는 안철수의 오른팔이 된다. 단일화 협상 당시 백원우 전 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이태규의 새누리당 전력을 디스하자 안철수 후보 측이 협상을 잠정 중단했을 정도다.

2003년 한나라당 대표 정책특보 임명 당시 풋풋했던 이태규(출처: 오마이뉴스)

2013년 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 후, 사무부총장과 당무혁신실장을 역임했고 안철수 의원과 함께 새정연을 탈당해 국민의당 창당에 핵심 역할을 했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공천관리위원을 맡았으나 '공천관리위원으로 참여한 사람은 당해 비례대표 후보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당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공천 도중 사퇴하고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했다(...).

문제는 이미 공관위원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신청 자격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천정대 공동대표는 쿨하게 해당 당규를 삭제하고 그를 비례대표 8번에 공천했다. ^오^

구태정치라는 지적에 대해 안철수 대표는 '당규를 삭제한 것이 아니고 부칙조항을 고친 것이다'고 반박했다. 즉, 당규 삭제는 구태정치지만 부칙조항을 고친 것은 새정치다. 안철수 대표가 이태규 본부장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짐작되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이태규 예비후보 포스터

안철수 공동대표에 대한 낙선운동 조짐까지 보이자 이태규 본부장은 '후보등록 없이 단일화를 한 후보를 엄정 조치하겠다는 것이고 단일화 협의는 당과 사전 협의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한 발 뺐다.

전라도 선거구를 제외한 절대다수의 국민의당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왜 야권 단일화를 반대하는 걸까.

많은 유권자들이 지역구 투표와 정당투표를 같은 번호로 하므로 지역구 후보가 많아야 정당 득표율도 높아진다. 국민의당 당선 안정권은 6번으로 8번은 당선 가능한 마지막 순번이다.

표를 박박 긁어야 8번까지 당선될 수 있기 때문에 이태규 본인이 당선되려면 절대 야권 단일화를 해서는 안 된다.

5%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수도권은 야권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새누리당이 압승해 개헌저지선까지 무너질 공산이 크지만 이태규는 국회의원이 된다. ^오^

따라서 새누리당의 개헌 의석 확보와 이태규 본부장의 당선을 원한다면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에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