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국민의당 강서병 후보, 한정애와 단일화 합의 파기

20대 총선을 한 달 앞둔 2016년 3월 중순, 서울 강서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후보와 국민의당 김성호 후보는 야권 연대 논의를 시작했다.

수도권에는 야권 연대가 당락을 결정하는 지역구가 많은데 강서병도 이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20대 총선에서 첫 수도권 야권 연대 사례로 기록돼 나머지 지역의 야권 연대 협상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 의미가 컸다.

3월 23일, 김성호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야당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후보가 누가 되건 뭐 그리 중요하냐'며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의 심정으로 어떤 정치적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당과 협의 없는 단일화는 제명, 출당 대상'이라며 단일화에 반대하자 협상이 중단했다.

소강 상태였던 야권 연대 협상은 일부 후보들의 요청과 안철수 대표에 대한 낙선운동 움직임으로 국민의당이 한 발 물러나면서 재개됐다.

31일, 김성호 후보는 '단일화 방식을 시민단체 <다시민주주의포럼>에 일임하고 무조건 단일화에 응하겠다'고 선언하고 '쉬운 승리의 길을 두고 왜 어려운 패배의 길을 가려 하냐'고 호소했다.

당일 밤, 김성호 후보와 한정애 후보는 <다시민주주의포럼>의 중재로 후보 단일화에 전격 합의하고 합의문에 서명한다. 정당을 표기해 후보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와 국민배심원제를 5:5로 적용해 투표용지가 인쇄되기 전인 4월 4일까지 단일후보를 선출한다는 것이다.

한정애 후보(출처: 트위터)

국민배심원제는 토론에 능한 후보에 유리하기 때문에 김성호 후보에게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실제로 더민주와 정의당은 모두 여론조사로만 단일화 경선을 치뤘다.

양측은 다음날 단일화 합의문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김성호 후보가 느닷없이 '국민의당에서 정당 이름 없이 여론조사를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합의문 이행을 거부했다. 가짜 엄마였구나

즉, 야당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후보가 누가 되건 중요하지 않고 어떤 정치적 희생을 치르더라도 야권 후보단일화를 이뤄내겠지만 정당 이름을 넣을 수는 없다. 그럼, 합의문에 서명은 왜 했지? 고양이가 했습니다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도 '후보 이름만 갖고 판단을 구하는 것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다'고 거들었다. 이름도 빼지 그러냐. 하지만 일반인들은 듣보 후보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소속 정당은 후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김성호 후보는 2004년까지 열린우리당 강서을 국회의원이었고 2006년까지 당원이었기 때문에 여론조사 응답자들이 더민주 후보로 오해할 수도 있다.

총선에서 더민주를 심판하고 안철수의 새정치를 실천할 국민의당 후보라면 더 더욱 당명을 밝혀야 하지 않나?

사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태규 본부장을 비례대표 후보로 만들어 주기 위해 즉석해서 당규도 삭제하는 쿨가이이기 때문에 애초 합의안을 따르기로 기대한 것이 무리다.

한정애 후보는 국민의당과 김성호 후보의 단일화 파기 사실을 지역 주민들에게 문자로 알렸다.

그러자 김성호 후보는 나는 상대후보를 절대 비난하지 않는다며 '한정애 후보가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다. 야권단일화에 대한 진정한 의도가 전혀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한정애 후보가 단일화를 무산시키려 잠정 합의문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악의적 행위를 했다'면서 '그동안 후보 사퇴를 강요하며 전형적인 패권주의적, 갑질 행위를 했다'고 비난했다.

야권단일후보 김성호?(출처: 엠팍)

하지만 <다시민주주의포럼>이 '김성호 후보가 합의문에 중앙당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면서 '국민의당이 당명을 뺀 여론조사를 강제 지침으로 만들었다'고 반박해 그를 슬프게 했다.

김성호 후보는 '이런 진흙탕싸움으로 한정애 후보가 당선된들 무슨 의미가 있냐'며 '승리에 연연하는 다른 후보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 지 깨끗한 선거로 보여드리겠다'고 돌려깠다.

이어 '협상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비난전을 중단하고 협상테이블에 나오라'고 꾸짖었다. 또, '여론조사 방식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면 된다'고 일침했다. 그럼 정당 이름 넣는 것으로 지가 양보하면 되겠네.

그리고 4월 4일, '야권단일후보! 김성호'란 문구가 적힌 차량에서 유세를 하는 김성호 후보의 사진이 야구 커뮤니티 <엠팍>에 올라왔다. 하지만 강서병이 야권 단일화됐다는 소식이 없었기 때문에 정치팬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야권단일후보! 김성호' 문구 끝에 '로'란 글자가 작게 써 있다. 즉, '야권단일후보! 김성호'인데 '로'를 구석탱이에 처박아 선거법 위반도 피하면서 '야권단일후보! 김성호'로 보이게 한 것이다.

네모 안의 '로'(출처: 김성호 후보 홈페이지)

국민의당은 바로 전날, 더민주·정의당 단일후보들에 대해 '국민의당 후보가 출마했는데도 야권단일후보란 명칭을 사용하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즉, 단일화 파토낸 국민의당 후보는 '야권단일후보!'지만 더민주·정의당 단일후보는 야권단일후보가 아니다. ^오^

캬~ 국민의당 새정치! 승리에 연연하지 않는 김성호의 깨끗한 선거!

결국 연합뉴스,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4월 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34.3%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광야에서 만납시다

한정애 후보(27.8%)와 김성호 후보(16.9%)의 지지율을 합하면 월등히 앞서지만 김성호 후보가 '쉬운 승리의 길을 두고 어려운 패배의 길을 가려하는' 바람에 '야당이 무너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