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참패, 국민의당 승리, 알파고 안철수, 이태규

20대 총선에서 파란을 일으킨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그의 브레인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이 정계의 알파고란 사실이 드러났다.

안철수 대표는 뜬금 없이 새정연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야권 단일화마저 거부하면서 애국보수들에게는 영웅, 좌파들에게는 공공의 적이 됐다.

하지만 이태규 본부장은 선거 하루 전날 '새누리당 이탈표를 흡수할 수 있는 당은 국민의당이 유일하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득을 보는 지역구가 상당히 나올 것'이라 관측했다.

실제로 다수의 수도권 지역구에서 국민의당 후보들로 인해 더민주 후보들보다 새누리당 후보들의 득표율이 크게 줄었다. 어떻게 된 걸까.

국민의당이 친노·운동권 청산, 더민주 심판을 앞세워 '새누리당이 싫지만 죽어도 친노 빨갱이들에게는 투표할 수 없다'는 중도 애국보수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반면, 호남팔이들이 대거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에 입당하면서 '새누리당이 싫지만 죽어도 전라도 놈들에게는 투표할 수 없다'는 환자들은 더민주에 마음을 열었다.

개막장 공천으로 새누리당에 학을 뗀 애국보수 난민들이 중도 애국보수 국민의당과 호남색이 옅어진 더민주로 갈아탄 것이다.

안철수 대표 당선(출처: 연합뉴스)

또, 국민의당의 단일화 거부로 좌파 정치팬들이 위기감을 느껴 대동단결해 야권 단일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효과를 이끌어 냈다.

필자는 여태 이태규 본부장이 비례대표 후보 8번으로 셀프 공천해 정당투표 줏어 먹으려 야권 단일화를 거부한 것으로 오해했었는데 뒤에서 이런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세월호 희생자들이 가장 많이 발생한 안산 단원구와 야당 텃밭인 관악을을 내준 건 아쉽긴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국민의당이 정당투표에서도 표를 갉아 먹어 새누리당은 콘크리트 마지노선인 35%가 깨졌고 33.5%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IMF도 못 한 일을 갓철수와 갓태규, 갓근혜, 갓무성이 해낸 것이다.

이태규 본부장(출처: 뉴시스)

안파고 대표는 선거 전날 '오만한 새누리당 정권을 교체하고 무능한 야당을 대체할 것'이라 선언했었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비례 의석 수를 5석 정도 줄였고 더민주 표도 대거 흡수해 더민주를 꺾고 2위를 차지했다.

이어 '20년 만에 기득권 양당체제를 깨는 3당 정치혁명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는데 그의 말대로 새누리당은 122석,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을 차지해 과반수 의석 달성에 실패한 반면 국민의당은 38석을 차지하면서 3당 체제가 부활했다.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 창당을 앞두고 국회선진화법, 즉 전체 의원수 5분의 3(180석)의 동의가 있어야 법안 의결이 가능한 제도를 예전처럼 과반수의 동의만 필요하게 개정할 것을 제안한 적이 있다.

새누리당도 원하던 바였기 때문에 그는 당시 새누리 2중대 소리를 들었었다. 하지만 20대 총선 결과,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또는 더민주와 합친 의석이 180석 미만이라 두 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의결할 수 없게 됐다.

김성식 의원과 안철수 대표(출처: 연합뉴스)

반면, 국회선진화법이 개정되면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 즉 양당 중 한 당과 손잡으면 과반수가 돼 법안을 의결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안철수 대표가 이같은 총선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요구했다는 분석이다 믿으면 골룸. 근데, 여소야대가 됐기 때문에 이제는 새누리당이 반대할 것 같다(...).

이태규 본부장의 '수도권에서 안철수 대표 외에 추가 당선을 확신한다'는 말도 빈 말이 아니었다. 부산 출신 김성식 후보가 호남 텃밭인 서울 관악갑에서 당선됐고 문병호 후보는 인천 부평갑에서 26표(...) 차이로 아깝게 낙선했다.

물론 더민주와 새누리당의 개막장 공천에 대한 반사이익도 있으나 국민의당 또한 경선 탈락자들이 드러눕고 도끼까지 들고 나왔다(...).

지금까지 안철수 대표와 이태규 본부장을 정알못으로 폄하하고 선동한 점 사과드린다. 사실 새누리당이 압승할 줄 알고 시벌시벌 거리면서 안철수 까는 글 열심히 쓰고 있었는데 출구조사 확인하고 잽싸게 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