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123석을 차지하며 제1당이 됐다.
반면 새누리당은 과반에 한참 못 미치는 122석에 그쳤고 국민의당은 예상을 웃도는 38석을 차지, 제3당의 자리를 굳혔다.
투표 전날까지만 해도 새누리당 과반 달성은 기정사실이었고 최대 175석도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왔던 터라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팬들에게 충격적인 결과다. 할파고는 지 때문이라고 의기양양하던데 새누리당이 참패한 진짜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박근혜 정권이 자폭했다. 부정선거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이후 인사참사, 해외여행, 세월호 사고, 십상시의 난, 담뱃값 인상, 메르스 사태, 국정원 해킹, 역사 교과서 국정화, 위안부 합의, 보육대란, 개성공단 폐쇄, 테러방지법 강행 등 쉬지 않고 병크를 터트렸다.
경제 파탄은 새누리당 종특이니 그렇다 쳐도 유승민 공천 파동과 김무성 열사의 옥새 투쟁이 일어나면서 새누리당 콘크리트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는 야권 성향인 젊은층의 투표율 상승으로, 여권 성향인 장년층의 투표율 저조로 이어졌다. 19대 총선과 비교해 20대 투표율이 4.4%p, 30대는 7.7%p, 40대는 3.1%p 오른 반면, 50대의 투표율은 0.4%p, 60대는 0.9%p 오르는데 그쳤다.
둘째, 사전투표제도로 투표일이 2일 늘고 전국 어디에서나 투표할 수 있어 젊은층의 투표가 늘었다. 사전투표는 주말에 하므로 투표일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쉽게 투표할 수 있었고 외지 출신들도 고향에 가지 않고도 투표가 가능해졌다.
셋째는 국민의당의 탄생이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고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내세우며 중도 애국보수 노선을 표방했다.
그동안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친노, 운동권이 싫어 새누리당에 투표한 정치팬들에게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국민의당은 현역 의원 전원이 더민주 출신이지만(...) 야권 단일화를 거부하고 무능한 야당을 심판하겠다며 여당 코스프레를 했다. 경상도 정치팬들의 상당 수가 지역구 투표는 새누리당에,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에 했을 정도다.
야권표가 국민의당으로 분산된 것은 사실이지만 수도권 10여개 지역과 전라도를 제외하고 국민의당 후보들은 존재감이 없었기 때문에 지역구 야권 표의 분산은 생각보다 적었다.
결국 국민의당이 수도권 지역구 투표와 정당투표에서 새누리당 표를 갉아 먹어 수도권은 더민주가 압승했고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이 2위를 차지했다.
국민의당은 수도권에서 겨우 2명만 당선됐고 대구·경북에서는 2명만 출마(...)했음에도 두 지역 모두 더민주보다 정당 득표율이 높았다.
넷째, 애국보수 진영의 국민의당 띄워주기다. 애국보수는 야권 분열을 위해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를 노골적으로 밀어 줬다. 여권도 일부 분열하겠지만 콘크리트 표가 더민주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접전지인 수도권과 텃밭인 경상도에서 압승한다는 전략이었다.
종편 역시 같은 야당인 더민주와 달리 국민의당에 매우 호의적이었다. 애국보수 언론인 변희재는 국민의당 후보들에게 표를 몰아 줘 야권 교체합시다!
란 글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현역 의원의 절대 다수가 전라도 출신이고 애국보수는 전라도를 혐오하는데도 네이버 애국보수들은 국민의당을 찬양했다.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죄다 네이버에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안철수는 운동권, 친노패권주의자와 싸우기 지겨워서 국민의당을 만들었다'며 '국민의당은 절대 종북세력이 아니다'고 응원했다.
그는 안철수 대표의 지역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 지원 유세에서도 '안 대표도 아깝고 이 후보도 아깝고, 둘 다 시켜야 되는데 그럴 순 없고'라더니 갑자기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안철수 의원을 선택해 주시기를'이라는 취중진담 말실수를 한다.
애국보수들은 김무성 대표의 호소에 감동해 안철수 후보를 당선시켰다.
새누리당 페이스북 공식계정에는 새누리당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응원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신념으로 새정치 실현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란 글이 올라오기까지 했다.
여기에 더민주 팬들이 국민의당을 새누리 2중대, 안철수 대표를 이명박 첩자라고 극딜하니 국민의당은 누가 봐도 여당이었다.
그래서 새누리당 팬들은 우왕 우리 편이구나하고 국민의당에 투표했다. 야권이 아니라 여권이 분열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론조사기관들이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선거구별 여론조사는 유선전화로만 가능한데 유선전화 보급률이 45%도 안 되고 여론조사가 실시되는 낮시간대에 집에 있는 사람들은 주로 주부와 장년층이다.
젊은층은 야권 지지자들이 많은 반면 주부와 장년층은 여권 지지자들이 많아 집전화 여론조사는 여권 지지율이 높게 나올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야권 지지자들은 불이익을 우려해 여론조사 응답률이 낮다.
따라서 이를 고려해 조사 결과를 보정해야 하는데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가 보정된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시켰다. 안심번호를 이용한 여론조사는 정확도가 높지만 공표가 불법이다(...).
과거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된 선거에서 좌파들이 투표를 포기한 사례가 많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수는 있는 180석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자 좌파들은 위기위식을 느껴 결집했고 애국보수들은 어차피 이길 거라 생각해 기권하거나 국민의당으로 갈아탔다
실제로 정당투표 출구조사에서 2~40대의 72.9%가, 50대도 19대 총선에 비해 13%p 오른 53%가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에 투표했다.
정리하면 컨셉 잘 잡은 국민의당이 자폭한 새누리당 표를 갉아 먹어 더민주가 어부지리한 것으로 더민주의 승리가 아닌 새누리당의 패배다.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거라지만 이번 총선은 3당이 경쟁적으로 병신 짓을 하다 보니 차병인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선택된 선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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