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에서 전남 순천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노관규 전 순천시장이 문재인 의원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순천시는 전라도에서 유일한 새누리당 지역구로 2014년 재보궐선거에서 이정현 의원이 새정연 서갑원 후보를 꺾고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사실 이정현 의원은 어부지리로 당선된 측면이 크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순천시장 후보 경선에서 서갑원 의원은 측근에게 공천을 주기 위해 체육관 문을 걸어잠그고 현역인 노관규 순천시장 없이 경선을 진행했다(...).
노관규 시장은 피꺼솟해 민주당을 탈당했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압승한다. 당선 후 복당한 그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신대지구 주거단지 개발, 선월리 공단조성 등 지역개발 사업에 착수해 예산까지 편성했지만 서갑원 의원이 '어차피 망할 것'이라면서 예산을 삭감해 버렸다.
삭감된 예산을 다시 확보해 준 사람이 바로 한나라당 비례대표인 이정현 의원이었다. 그리고 서갑원 의원은 뇌물수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후 치뤄진 재보궐 선거에서는 야권 단일후보인 통진당 김선동 후보가 당선됐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노관규 시장이 시장직을 사퇴하고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김선동 의원에게 패한다. 근데 김선동 의원도 국회에서 최루탄을 터트려(...) 의원직을 상실했다.
2014년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는 이정현 전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경선에서 노관규 전 시장을 꺾은 서갑원(...) 전 의원이었다.
하지만 노관규 전 시장이 추진했던 사업이 모두 성공했기 때문에 이를 사사건건 반대한 서갑원 후보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았다.
게다가 새정연 박영선 원내대표가 이정현 후보의 예산확보 공약을 두고 '순천에 예산폭탄을 준다는데 제가 반대할 것이다. 우리 서갑원 후보를 국회로 보내주시면 찬성할 것이다'고 말해 순천 정치팬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박영선이 또
여기에 노관규 측 인사들이 이정현 후보를 지원하면서(...) 1988년 이후 애국보수 후보로는 처음으로 이정현 후보가 당선됐다.
당선되면 닌자가 되는 대부분의 의원과는 달리 이정현 의원은 1년 8개월 동안 순천을 총 241번 방문하며 지역구를 관리했다.
점퍼와 면바지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민원을 듣고 숙식은 마을회관에서 해결했다. 순천 사투리를 유창하게 하기 위해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낭독하기까지 했다(...).
한 정치팬이 2015년, 본가가 있는 순천의 시장을 찾았는데 웬 아저씨가 손을 잡더니 처음보는 얼굴이네라더란다. 그렇다. 이정현 의원이었다. 국회의원이 선거철도 아닌데 수행원도 없이 시장을 누비며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한편, 출마를 준비하던 노관규 전 시장은 2016년 분당 사태로 더민주 호남 지지율이 폭락하자 탈당을 고심 중이었다(...). 하지만 잔류를 결심했고 서갑원 전 의원마저 컷오프되면서 당선에 한 걸음 다가섰다.
노관규 전 시장은 경선에서 김광진 비례대표를 꺾으며 후보로 선출됐고 여론조사에도 이정현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하지만 부정적인 보도를 한 매체들을 고발해 적을 만든데다 서갑원 팬들도 있어 안티가 적지 않았다.
이정현 후보는 새벽 3시 40분(!)부터 밤 11시 반까지 일체의 네거티브 없이 선거운동을 펼쳤다. 결국 지지율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오차범위 내로 따라 잡았고 총선 1주일을 앞두고는 근소한 차이로 역전했다.
이즈음, 문재인 의원이 호남을 방문하면서 더민주 지지율이 반등했고 두 번째 호남 방문을 준비했다. 방문 일정에 순천은 없었지만 전날 밤 노관규 측의 요청으로 아침 9시에 지원유세에 나선다.
하지만 노관규 후보는 39.1%를 득표하는데 그쳐 44.5%를 득표한 이정현 후보에게 패했다. 재보궐 선거와 달리 이정현 의원의 자력 당선이었기 때문에 그 충격은 컸다.
노관규 후보는 12%를 차지한 국민의당 후보를 가리켜 박지원 의원 페이스북에 12%짜리 끝까지 사퇴 안 시키고 저만 공격해서 낙선시켰다란 댓글을 남겼다. 즉, 나님을 당선시키기 위해 니네 당 후보를 사퇴시켰어야 했다.
3일 후, 노관규는 페이스북에 올린 소회글에서 '마지막 날 문재인 대표 땜에 문제가 생긴 거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다. 여수, 광양을 오셨는데 순천만 오지 말라고 하기도 어려웠고 이것도 제 운명이다'고 태세전환한다.
캬~ 지가 부탁해 놓고 통수때리는 것 보소. 국민의당도 아니고, 정당투표 지지율 3%도 안 되는 새누리당에게 졌으면서 왜 문재인 탓하고 지랄이여.
근데 박지원 의원이 해당 게시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박지원이 또. 노관규는 잽싸게 삭튀했으나 문제의 게시물은 SNS에 퍼져 가루가 되게 까였다.
노관규는 자신의 블로그에 '탄핵 때도, 이번에도 당을 지켰다. 계속 실패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일침했다. 새정연 지지율 떨어지니 탈당 생각하고 문재인에게 지원 요청한 걸 후회한게 누구더라.
이어 '좀 추스리고 반성문을 쓰려 하니 친구도 아닌 분들이 더 이상 댓글로 힘들게 말아 주시라. 어차피 죽은 사람이니까'라고 꾸짖으며 스스로 호흡기를 뗐다.
순천의 맹주 자리를 놓고 6년간 계속된 서갑원과 노관규의 개싸움은 양쪽 모두 사이좋게 퇴갤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일부 좌파 정치팬들은 국정교과서 찬성하는 박근혜 호위무사를 당선시켰다며 순천을 디스하지만 박근혜 호위무사도 하는 자잘한 민원 해결을 그동안 좌파들은 왜 못 했나?
국회의원의 본업은 예산 따오는 게 아니라 민원 해결과 의정활동이다. 이정현이 새누리당 속한 이상 의정활동은 폐급이겠지만 민원 해결만큼은 모든 정당을 통틀어 S급이다.
게다가 이정현의 재선으로 근 50년간 지속된 민주당(더민주 + 국민의당)의 일당독재체제가 붕괴됐기 때문에 호남인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전라도는 민주당 경선만 통과하면 사실상 당선이었고 어쩌다 무소속이 당선되더라도 도로 민주당에 입당했다(...). 고만고만한 놈들이 돌아가면서 해먹으니 호남정치가 맛탱이가 갈 수 밖에.
하지만 조직도, 중앙당의 지원도 없는 이정현이 갑툭튀해 순전히 개인기로 당선되면서 민주당 철밥그릇이 깨졌다. 호남 정계에도 경쟁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정현 같은 마을 이장 캐릭터는 전무후무하기 때문에 뻘짓 하지 않는 한 롱런할 가능성도 높다.
박지원, 주승용 같은 철밥그릇이 호남정치 복원한다고 입을 털었지만 정작 그 시작은 새누리당 의원이라는 게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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