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영입 2: 비대위 출범, 공천권 전권 위임

전편에서 계속.

'친노 패권주의를 바꿀 의지가 있는지 본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던 박영선 의원은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비대위원직을 약속하자 더민주 잔류를 선언했다. ^오^

김종인은 선대위원장이 된 지 2주만에 자신을 비대위 대표로, 박영선·변재일·우윤근 의원, 이용섭 전 의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을 비대위원에 임명했다.

그런데, 박영선 의원의 멘토가 김종인, 우윤근 의원의 후원회장도 김종인이며 변재일 의원은 김한길계, 이용섭 전 의원은 온건 친노, 표창원 교수와 김병관 의장은 정알못이라 비대위에서 김종인을 견제할 사람이 없다.

중앙위원회가 김종인 비대위를 새 지도부로 임명하는 당헌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문재인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전원 사퇴하면서 김종인은 당권을 장악한다.

중앙위원회는 당 지도부, 국회의원, 지자체장, 중견 간부 등 수백 명으로 구성된 협의체이기 때문에 더민주 전체가 김종인 체제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는 소리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출처: 노컷뉴스)

사사건건 문재인 대표의 발목을 잡고 탈당설을 흘리던 비노들도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우리 편이니까

문재인 대표가 선대위 총선기획단장에 최재성 의원을 고려했을 때 '쿠테타식 밀어붙이기다', '결코 가만히 두고볼 수 없는 일'이라며 빼애애애액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친노 또한 2014년 박영선 의원이 이상돈 교수를 비대위 대표로 영입하려 하자 반대 성명까지 냈지만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지지한 걸 보면 계파논리에 따라 움직인 셈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의 권한을 지역구 후보 심사로 제한하고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를 신설해 권력을 분산시켰지만 김종인 대표가 이를 파기하고 최측근인 홍창선 공관위원장에게 공천 심사를 일임했다. ^오^

박영선 비대위원 개소식에 참석한 김종인 대표(출처: 오마이뉴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도부가 비례대표 자리를 나눠 먹는 악습을 막기 위해 중앙위 투표로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공천혁신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김종인 대표는 바보같은 룰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공천권 전권을 요구했다. 그래야 내 사람들을 꽂지

그는 '말을 듣지 않으면 헤어질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언플하며 '문재인 전 대표가 반발하면 본인에게 불리한 상황만 전개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더민주 당무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공천 관련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김한길계 민병두 의원은 '지도부를 믿자'고 말했고 김진표 전 의원도 '지도부에 위임하는 게 관례'라며 김종인 대표를 두둔했다.

덕분에 비대위는 정무적 판단으로 전병헌·정청래·이해찬 의원 등 총 10명의 지역구 의원들을 컷오프시켰으나 세 곳에서만 당선됐고 이마저 전부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이었다.

잔류를 요청하기 위해 김종인 대표의 집을 찾은 문재인 전 대표(출처: 오마이뉴스)

김종인 대표는 또, 셀프공천과 칸막이 투표로 측근들을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하려 했으나 중앙위가 반대하자 총선을 한 달도 안 남기고 당무를 거부하며 사퇴하겠다고 공갈친다.

김종인을 처분할 절호의 기회였지만 문재인 대표가 집을 찾아가 '계속 당대표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고 사정하고 비대위원들도 석고대죄해 다시 기어들어 왔다(...).

보다시피 문재인을 흔들며 퇴진을 요구한 건 비노, 김종인 비대위를 승인한 건 중앙위, 김종인에게 공천권을 준 건 당무위이기 때문에 김종인 사태는 더민주 공동 책임이다.

하지만 궁극적인 책임은 선거전략도, 의정능력도, 예의도, 책임감도 없는 김종인을 믿고 대표직을 헌납한 문재인 전 대표에게 있다.

특히, 사퇴쇼를 벌이며 바닥을 드러낸 뒤에도 거듭 신뢰를 표시한 건 매우 실망스럽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인사다. 문재인 전 대표가 대권에 뜻이 있다면 사람을 믿고 맡기는 버릇은 버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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